봄은 스릴러의 계절인가.
나른한 춘곤증에 시달리는 영화팬들이라면 스크린 앞에서 스릴 넘치는 두뇌싸움을 한판 벌여도 좋겠다. 올 봄, 스릴러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국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크래쉬'와 '시리아나'는 아카데미의 정치적 선택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에디슨 시티'와 '스위트 룸'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로, 영화 후반부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특히 올 봄 개봉예정인 스릴러 영화들은 단순한 '게임'에 머무르지 않고 중동의 석유문제, 미국의 인종 편견문제 등 정치적인 무게까지 싣고 있어 영화팬들의 선택 폭이 넓다.
◆시리아나=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시리아나'는 전직 CIA 공작원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정치색 짙은 드라마. 영화는 석유 이권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배신, 권력의 부패를 각기 다른 네 명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하나의 잘 짜여진 퍼즐을 연상시킨다.
네 명의 인물을 중심 축에 놓고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영화는 한물 간 CIA 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 에너지 전문가 브라이언 우드먼(맷 데이먼), 변호사 베넨 홀리데이(제프리 라이트),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 와심(와자 무니르)이 등장한다.
중동의 석유를 둘러싼 미국과 중동의 정치적 음모, 미국 거대 에너지 기업의 전략, 이를 사이에 둔 CIA 의 개입 등 거대한 정치적 상황에 놓인 개인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과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특정 인물과 입장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치밀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내,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이번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14kg이나 늘린 조지 클루니는 테러리스트에게 미사일을 빼앗긴 CIA 요원 역을 맡아 올해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에디슨 시티=다음달 6일 개봉하는 영화 '에디슨 시티'는 범죄 없고 살기 좋은 미국의 모범 도시 에디슨에 얽힌 부패 커넥션을 다루고 있다. 미국 에디슨시는 F.R.A.T가 있기에 평화로운 일상이 가능하다. F.R.A.T는 범죄 가능성이 있는 우범지대에 가장 먼저 출동, 범죄를 사전에 제압하는 특수비밀경찰조직. 어느 날 에디슨시에 특수비밀경찰조직이 연루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을 취재하던 신참 기자 조쉬 폴락(저스틴 팀버레이크)은 살인사건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조쉬는 신문사 편집장인 애쉬 포드(모건 프리먼)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애쉬는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고 충고한다. 조쉬의 취재가 본격화되자 의혹 속에 감춰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에디슨시의 최대 권력가이자 검사인 리거트는 그의 직속 수사관 윌레스(케빈 스페이시)를 통해 각종 거대 기업들의 돈과 F.R.A.T가 각종 범죄의 증거물로 압수한 현금까지 빼돌려 이를 자신의 선거자금으로 유용하고 있었던 것.
조쉬와 애쉬는 거대한 부패 커넥션의 위협에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 초기부터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스릴러 영화 '세븐'의 모건 프리먼과 케빈 스페이시가 10년만에 다시 만난데다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데뷔작으로 선택,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참 기자 조쉬 폴락 역을 맡아 열연한다.
◆스위트 룸=래니 모리스(케빈 베이컨)와 빈스 콜린스(콜린 퍼스)는 당대 최고의 스타 콤비. 승승장구하던 그들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두 사람이 묵고 있는 호텔방 욕조에서 미모의 젊은 여성이 나체의 변사체로 발견된 것. 미스터리에 빠진 변사 사건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지만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히게 되고 두 사람은 팀을 해체한다.
15년 후, 이 사건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여기자 카렌(알리슨 로만)이 두 남자를 찾아간다. 그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카렌은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하고, 화려한 스타 생활 뒤에 두 남자의 마약과 섹스로 얼룩진 사생활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국의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가상 수상자로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가 루퍼트 홈즈의 소설 '진실이 있는 곳'을 극화했다. 다음달 6일 개봉 예정이다.
◆크래쉬=다인종 국가인 미국사회의 불신과 모순을 다룬 영화 '크래쉬'가 다음달 6일 개봉한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크래쉬'는 인종 전시장이나 다름없는 미국 LA를 무대로 평범한 시민들 내면에 잠재해 있는 편견의 폭력을 그려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여덟 커플을 통해 인종과 계급에 대한 편견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야망이 큰 지방검사 릭(브렌든 프레이저)은 아내 진(산드라 블록)과 식사를 하고 나오던 중 흑인청년 두 명에게 차를 강탈당한다. 진은 '흑인은 곧 범죄자'라는 편견으로 몸서리를 친다.
사건이 일어나자 백인 경찰 라이언(맷 딜런)은 흑인 방송국 피디 캐머런(테렌스 하워드)과 아내 크리스틴(탠디 뉴턴)이 타고 가던 차량이 강탈차량과 같은 차종이라는 이유로 차량을 수색한다. 그 과정에서 라이언은 남편이 보는 앞에서 크리스틴을 성추행하지만 남편 캐머런은 이 사건이 흑인인 자신에게 위협이 될까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이처럼 평범한 시민들 속에 내제된 편견은 영화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인종갈등을 파헤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따뜻하게 포용하려 애쓴다. 산드라 블록, 돈 치들, 맷 딜런 등 연기력을 갖춘 10여명의 배우들이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보고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고 영화에 참여, 영화가 더욱 빛을 발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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