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문화도시-대구' 시동걸자

오늘날 거의 모든 도시가 역사문화도시, 일류문화도시, 전통문화도시, 첨단문화도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며 '문화'를 도시정책의 목표나 컨셉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화도시 조성은 문화산업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관광산업의 육성 및 도시 미관과 경관의 복원이라는 효과와 함께 탈공업화된 사회를 발전시키고 공동화된 도시를 재생시키는 성장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따른 도시의 문화전략과 문화공간 재편성은 국내외의 많은 도시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문화가 없는 쇼핑공간은 2류 상업지구'라고 인식한 명동상가번영회가 문화계 인사들과 연계하여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옛 명동국립극장 되찾기' 운동을 벌인 결과, 문화관광부가 국립극장 부지를 인수하고 공사비 200억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옛 안기부 건물들은 '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홀', '청소년 유스호스텔'로 조성하여 개관했으며, 옛 벨기에 영사관은 시립미술관 별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역 본관은 예술영화전용관을,한강의 노들섬엔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계획하고, 기무사 터엔 국립현대미술관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프로젝트는 대통령 소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와 문화관광부의 문화중심도시추진기획단이 추진하고 있으며 20년 간(2003-2023년) 이어지는 장기 도시문화사업이다. 8개 문화지구의 21개 문화공간 조성 중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2010년에 완공할 예정으로 총 사업비 7,174억원이 투입되고 이 프로젝트의 완성에는 몇 조원이 소요될 것이다.

옛 공장지대였던 중국의 '798 예술창작촌'은 세계미술시장이 주목하는 중국작가를 양성하고 고부가의 예술품을 생산하는 아트 팩토리(Art Factory)로서 중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중심이며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30여 개의 국제적 문화이벤트를 개최하는 이곳의 DIAF(Dashanzi International Art Festival)는 전세계 문화예술인을 대거 초청하는 계기와 명분을 제공하여 문화산업은 물론 관광산업육성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그외 영국과 프랑스는 폐허화된 공장지대, 퇴락한 항만, 발전소, 술공장, 철도역사, 도살장 등을 미디어단지, 음악, 영상단지, 연극무대,미술관, 영상센터 등으로 리모델링하여 도시공간을 문화적으로 재생함으로써 미래 도시정책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의 문화공간 재편성은 도시의 힘과 경쟁력을 키우는 도시발전의 핵심 정책이며, 문화공간은 단순히 문화예술작품을 재현하는 미술관, 음악당,박물관, 오페라하우스와 극장이 들어 선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상품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활동이 밀집된 공간이다. 요즘 대구는 있을 것이 없고, 움직임이 없는 성장을 멈춘 도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첨단문화도시, 선비의 도시,IT중심도시, 세계패션중심도시, 오페라도시, 섬유의 도시 등 요란한 슬로건으로 '컬러풀 대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로컬 컬러가 없는 대구'로 인식하고 실망감만 더해 줄 뿐이다. 그래도 대구는 유구한 전통과 무한한 잠재력만을 되뇌이고 소리만 칠 것인가? 대구! 의 재탄생은 예술인들이 앞장 서 지혜를 모으고 열정과 사명감으로 문화도시-대구 건설을 위해 진력해야 가능할 것이다.

대구에 '문화'를 산업화하고 '산업'을 문화화할 공간은 없는가? 공동화되어 가는 도심을 재생산하여 도시발전의 성장원동력으로 삼을 지역을 논의하고 탐색해야 할 절박한 시기임을 자각하고, 퇴락한 도시에서 풍요로운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역사적 기로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들 자신임을 서로에게 확인시켜야 한다. 이러한 자각과 확인이 없는 대구가 '정말 떠나고 싶은 도시' 또는

'역사에 함몰된 폐허의 도시'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것은 비록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권원순(미술평론가·계명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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