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재록 로비' 대선자금 수사 복사판 조짐

대검 중수부의 김재록씨 로비의혹 수사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휘몰아쳤던 강력한 '검풍(檢風)'을 다시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수부가 기업의 조그만 비리 단서에서 출발해 대기업 총수들을 '코너'에 몰아붙인 뒤 정치권 로비 실태를 밝혀낸 대선자금 수사 패턴을 비슷하게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한다.

대기업 비밀금고에 현금으로 보관 중이던 돈다발을 찾아내 용처를 수사하는 모습도 닮은 꼴이다.

대선자금 수사는 서울지검이 2003년 7월 굿모닝시티 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4억원 수뢰사실이 드러난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대표가 "대선 때 민주당이 받은 대선자금이 200억원"이라고 말한 게 단초가 됐다.

검찰은 당시 '구체적 단서가 잡히면 수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이다 SK해운 분식회계 사건 수사 도중 거액의 비자금을 발견하고 이 돈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대선자금 수사의 '빅뱅(big bang)'이 이뤄졌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당시 굿모닝시티 사건 수사를 지휘한 부장검사가 바로현재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이고 그가 국가청렴위에 있던 시절 청렴위가 대검에 고발한 최병렬 전 의원 및 권철현 의원 관련 사건이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점이 눈길을 끈다.

개별 기업이 아닌, 재계 전반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점도 흡사하다.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은 LG홈쇼핑(2003년 11월 18일)을 시작으로 삼성전기(2 003년 11월 24일), 현대캐피탈(2003년 11월 27일) 등 유력 대기업을 잇따라 압수수색해 결국 한나라당의 '창구'였던 서정우 변호사를 긴급체포했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 뿐 아니라 한화, 롯데, 대한항공, 금호아시아나 등 다른 대기업들이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도 모두 밝혀냈고 심지어 중소 규모의 건설사들이 노무현 후보 캠프에 준 돈까지 샅샅이 밝혀냈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 때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의 칼날을 휘둘러 '검은 돈 주머니'를 탈탈 털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야와 정관계를 막론하고 누구든 수사대상에 둘 수 있는 '다연장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씨와 관련한 수사 대상이 전·현 정부 관료, 여당과 야당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대선자금 수사 때와 같은 '전방위 사정(司正)'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수부가 국민적 호응 속에 큰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좌고우면 하지않는 수사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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