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마파도

이 영화에는 다양한 반사회적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범죄자들과 형제처럼 지내며 뒷거래를 하는 비리 형사, 돈 벌기 쉬웠던 시절은 가고 갱생의 삶을 살자니 빚독촉만 늘어가는 건달 두목인 신 사장, 건달의 겉멋에 도취되어 신 사장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사는 똘마니 등이다.

로또 복권에 제2의 인생을 걸었던 신 사장은 어느 날 160억 원짜리에 당첨된다. 그러나 여종업원이 로또 복권을 가로채 잠적한다. 꿈을 송두리째 앗아간 여자를 뒤쫓아서 굶주린 이리떼들이 마파도로 몰려들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할머니 다섯 명이 주민 전부인 마파도에는 생존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격이나 속임수에 대한 염려를 무장해제하고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제때 젖을 물리지 않으면 숨이 넘어가도록 울어대는 갓난 아기처럼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참지 못하는 미숙한 애어른인 형사 충수는 벌통의 꿀을 훔쳐먹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구더기 투성이의 화장실에 신나를 뿌리다가 화상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속셈과 아랑곳없이 돌봐주는 할머니들의 인정 앞에 동상이몽의 탐욕들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현대 사회와 너무 대조적인 곳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첨단 기술의 발달로 고속문화에 익숙해지고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없으면 디지털 치매와 금단현상에 시달리며 빠른 것이 능력인 반면 기다림과 인내는 미덕이 아니라 낙오자들의 자기합리화가 되었다.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힌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거대한 조직 내의 인간관계, 남녀 관계 등 사람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문화적 이기로 인한 부작용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한판 승부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어서 계속 반복되어 누적된다.

이런 사회적 특성은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것. 급속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주변인들뿐 아니라 지나치게 동조하는 편승자들이 겪는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매독에 의한 진행마비, 영양결핍에 의한 펠라그라 정신병 및 히스테리 전환장애 등은 감소 추세인 반면 환각제나 마약류의 범람으로 인한 약물중독,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중독, 참담한 개인적 여건에서 빚어지는 자살은 증가하고 있다.

'돈이 뭐기에' 돈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복권 당첨이나 투기에 매달리고 인간성은 점점 깊은 고립감으로 빠져든다. 자기중심적이고 좌절에 취약한 자기애성 성격의 현대인들은 헤어나지 못하고 끈 떨어진 연처럼 방황하며 '실존적 진공 상태'에 빠져서 쉽게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삶의 장애물을 애써 극복하기보다는 손쉽고 간편하게 해결하자는 한탕주의는 공허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감각적 충족만을 향유하려는 도피와 회피 신드롬으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병적 환경의 수정이 우선이 아닐까. 히포크라테스가 강조한 평형 상태로서의 건강과 환경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절제된 생활 관리와 자연 순리에 따르는 것이 대안이 아닐까. 적응력이 미약하거나 자아 강도가 약한 사람은 새로운 사회기술훈련 과정을 통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영화 속의 '마파도'는 병든 현대인들의 정신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홧김에 아내를 목졸라 죽이는 고위 공무원이나 주홍글씨가 새겨진 국회의원 같은 반사회적 인간 군상들에게 마파도 프로젝트를 한 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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