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관에서 조기유학 현장을 직접 지켜본 총영사들은 성공적 조기유학을 위해서는 부모들과 학생들의 신중한 판단과 철저한 사전준비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총영사회의(3월 30∼31일) 참석차 일시 귀국한 유주열 주베이징, 최충주 주벤쿠버, 김창수 주시드니, 김성철 주토론토 총영사들에게서 '바람직한 조기유학'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현지에서 느끼는 조기유학의 효과와 문제점은.
▲(김창수) 조기유학은 국제화시대를 맞아 국제사회에 조기 접목하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적응력을 키우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대부분 어학교육이 목표인데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성철) 조기유학 과정에서 이른 바 '기러기 부모' 등 비정상적 가족구도와 이로 인해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런 것이 조기교육에 따른 폐해로 불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해외에서는 위험에 더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조기유학생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큰 문제가 없다.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 부적응 등 문제가 조기유학에 따른 성장통 정도인가, 아니면 우려할 정도인가
▲(최충주) 어려운 질문이다. 언론에서 조기유학의 부정적 측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열심히 하고 있다. 이 부분은 확신을 드릴 수 있다.
잘하는 학생은 문제가 없는데 일부 문화적 차이에서 부적응 문제가 있다.
-- 조기유학생의 급증으로 생기는 문제는
▲(유주열) 베이징의 경우 한국인 촌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인 밀집지역이 있다.
한국인 조기유학생이 급증해 이들이 현지인들과 접촉하는 것보다 한국 학생끼리 모이는 문제도 있다.
-- 조기유학으로 이른 바 '기러기 부부' 등도 문제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 목격되는 현상과 대책은.
▲(최충주) 밴쿠버에는 '기러기 패밀리'만 4천여명이다. 물론 이상적인 가족구도가 아니다. 옆에서 보면 안쓰러운 면이 많다. 어릴 수록 부모밑에서 성장해야 하는데, 부모와 떨어져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현지로의 '유입요인'도있지만 국내에서 조기유학을 떠나는 '유출요인'을 상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시장 개방 등 우리나라 여건을 대폭 개선해서 유출요인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
-- 조기유학을 '비용대 효과' 면에서 볼 수도 있는데.
▲(김창수) 조기유학은 어학을 배우는게 주목적이다. 따라서 심하게 표현하면 조기교육에 따라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부차적으로 밀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은 가정교육과의 병행이 이상적이다. 부모가 모두 자녀와 동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러기 부부 등의 경우 인성교육은 이미 밀려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일정정도의 부작용은 필연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연간 3만 호주달러(2천∼2천500만원)가 든다.
여기에 용돈 등을 포함하면 더 들 것이다. 결국 여유가 없으면 조기유학을 갈 수 없다.
한국학생들은 현지에서 대체로 현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상당히 소극적이고 언어가 사고를 제한한다. 또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고 문화.역사가 집약된 것이다. 단순히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의 장벽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학교활동도 활발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교사 등에게 상담도 잘 안한다. 문제가 내재화 되는 것이다.
폐해라고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는 교육목표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측면이 있다.
▲(김성철) 일반적으로 외국에 보내 놓으면 현지 언어가 저절로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잘 생각해야 한다. 정상적인 가족생활이 깨진다. 효율면에서 차라리 국내에서 영어마을 등을 통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공교육 및 사교육 문제 등 구조적 개선을 해야 한다.
▲(최충주)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다. 언어장벽과 문화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현지에서는 인성교육 등이 강조되는데 그런데서 오는 이질감이 클 것이다. 무형적 비용도 상당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도피성 유학은 가장 위험하다. 국내에서 적응을 못하는 학생이 외국에서 잘 될 수가 없다. 거의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도피성 유학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중졸 이하 '자비유학'이 규정상 불법이라는데.
▲(유주열) 국외유학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데, 중졸 이상의 학력이나 동등학력이 인정되는 자로 돼있다. 따라서 고등학교부터 자비유학이 가능하다.
-- 그렇다면 상당수 조기유학이 규정위반이 되는데. 그렇지만 정부로서도 현실을 감안하면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유주열) 학부모도 고민을 많이 하고 보낼 것이다. 유출요인을 가급적 막아야한다. 현지에서 이미 조기유학을 온 사람을 막을 수는 없고, 일단 오면 잘 적응하도록 제한된 범위내에서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다.
-- 대다수 국민은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조기유학을보냈거나 보낼 마음이 있는 보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면.
▲(김성철) 꼭 보내야 한다면 사전에 현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 자녀가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는가 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 '될 떡잎' 인 지는 부모가 판단해야 한다. 또 가급적 혼자 보내면 안된다. 부모의 사랑과 지도가 필요할 시기인데 이를 깰 정도로 조기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치판단에서 선뜻 인정하기는 어렵다. 보내고자 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며, 현지 상황을 정확히 사전에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
▲(최충주) 역설적으로 현지 언어를 잘 못해도 인성과 사회성이 있으면 오히려잘 적응한다. 특히 서양에서는 가정 및 자원봉사, 기부 등 이런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현지에서 우리 학부모나 학생들의 참여도는 낮다. 입시위주 교육에 젖어있다 보니 그런 면이 무시되는 것이다.
▲(김창수) 호주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강제조항 등이 무른 편이다. 그 만큼 어린 학생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가 동반하지 못하는 경우 매주 부모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든 지, 일기를 쓰게 해서 부모에게 보내도록 하는 것도한 방법이다. 아이들의 상황을 미리 파악, 생길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조기유학 등으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현지 교육자 등도 '조기유학은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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