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 개관 30주년 맞은 맥향화랑 김태수 관장

지난 25일 오후 5시에 열린 맥향화랑 개관 30주년 기념식, 인사말을 하던 김태수(64) 관장이 눈물을 흘렸다. 30년의 고생길을 같이 걸어와준 아내 김성희 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직후였다. 김 관장의 지우들에 따르면 평생 처음 보는 일이었다.

화공학 전공으로 염색관련 일을 하다 미술에 눈뜨면서 시작한 30년의 여정이 되감은 필름 풀리듯 스쳐갔기 때문이었을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라"던 친구들의 만류, 화랑이라곤 손에 꼽던 당시에 '얼마나 갈까'하던 의구심을 떨치고 이뤄낸 결과이기에 그 감회가 남달랐음은 틀림이 없었을 터. IMF 사태 이후의 장기 불황을 기억한다면 그 느낌은 더했을 것이다.

경제변화를 가장 먼저 느낀다는 문화 분야, 그 중에서도 미술품을 사고 파는 화상(畵商)으로서의 생활을 김 관장은 "한여름 밤의 짧은 꿈 같았다."고 기억했다.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에서 이름을 따 맥향(麥香)이란 이름을 짓고 화랑을 연 뒤의 떠돌이 생활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관 당시 대구 중구 포정동(현재 우체국과 병무청 사이)에 있었던 '맥향'은 동인동으로 동성로로, 그리고 대봉동·삼덕동으로 옮겨다닌 뒤 현재의 사대부고 건너편으로 자리를 바꿔나갔다.

그래도 미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화랑을 꾸며온 김 관장은 2003년 한국화랑협회장 자리까지 꿰찼다. 지난 2월 한국화랑협회장직을 마치고 다시 화랑의 주인으로 돌아온 김 관장은 지난 30년을 "중견 작가들과 젊은 작가들의 발굴과 재정지원에 역점을 두었고 미술의 대중화 운동에 헌신"한 세월로 기억했다.

회화를 비롯해 판화·조각 장르의 전속 작가 20여 명을 배출, 지원하고 판화의 보급에 힘써 판화 에디션 24종류와 판화모음집 총 19권을 발간했던 것. 1994년에는 한국판화미술진흥회 설립과 이듬해부터 서울국제판화미술제를 개최했다.

세계의 미술시장을 돌아다니고 한국화랑협회장으로 재직할 때에는 한국 미술시장의 국제화에 힘써 왔다. 특히 작년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독일 교류전에 힘입어 지역 화랑도 쾰른아트페어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올해에는 프랑스와의 교류전을 열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중국 베이징의 조양구에 '한국미술의 대안공간 전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역을 넘어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한 성과가 큼에도 김 관장은 "이제 겨우 시작인데 몇 년만 더 젊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0년간 총 230여 회에 이르는 기획전시로 지역 미술문화 부흥에 앞장서 왔다고 자부하는 김 관장은 "지금껏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한국 미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속 작가 3명(김기수·추종완·허양구)의 개인전을 4월부터 열 예정이다.

김 관장은 "이제 지역 미술도 한국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한다."며 "화랑이나 작가는 물론 비평가, 언론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몫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맥향화랑은 4월 8일까지 특별 전시회로 '김춘수·전혁림 시·판화전'을 열고 있다. 시·판화전은 김춘수 시인의 시 20편에다 전혁림 작가의 석판화가 담긴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이를 엮은 시·판화집은 작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 출품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1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053)421-2005.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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