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중을 '과거'로 이끈 마이클 볼튼 내한공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클 볼튼의 목소리에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검은 수트를 입은 마이클 볼튼이 열정어린 목소리로 'Love is Wonderful Thing'을 들려주자 청중들은 가만히 박수를 치며 그의 음색에 익숙했던 과거로 돌아갔다.

'Soul Provider'까지 연이어 두 곡을 부른 마이클 볼튼은 그제서야 마이크를 제자리에 끼우고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31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그는 이어 "한국을 찾은 지 10년만이다. 신곡과 새로운 모습(surprise)을 보여드리겠다.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청중의 향수를 자극했다.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며 흑인 가수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곡 'Dock of the Bay'로 '파란 눈의 솔(Blue eyed soul)'의 면모를 보여준 마이클 볼튼은 "과거에, 더 먼 과거에 머무르세요"라며 청중을 과거로 이끌었다.

2004년 리메이크 앨범 '빈티지(Vintage)' 수록곡까지 총 6곡을 부르고 난 마이클 볼튼은 키보드와 드럼, 기타 등 6명으로 이뤄진 밴드 멤버를 소개하고 난 뒤 "코네티컷에서 온 마이클 볼튼입니다"이라고 조용히 자신을 소개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은 마이클 볼튼의 신곡으로 이어졌다. 새 앨범에 들어갈 'For once in my life' 'Night and Day' 'New York New York'을 부르며 그는 "10년만에 한국을 찾았다.그동안 (팬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내 곁에 있고 일부는 떠나갔다. 더이상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지 않겠다"고 말하며 좀더 자주 한국 팬들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 중 마이클 볼튼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칼라프 왕자의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이루고)'로 색다른 시도를 보여줬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이탈리아에서 함께 공연했던 일을 잠시 소개한 그는 진지한 자세로 성악을 시도해 독특한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청중은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색다름'이 아닌 '익숙함'에서 찾았다. 하얀 셔츠에 청바지로 옷을 갈아입은 마이클 볼튼이 1층 좌석 사이에 간이로 설치한 탁자 위에 올라가 그래미상에 빛나는 명곡 'When A Man Loves A Woman'을 부르기 시작하자 30~40대 팬들은 순식간에 그의 목소리에 이끌려 10~20년전으로 돌아갔다.

너나 할 것 없이 무대 앞으로 달려가 손을 내밀며 그의 목소리에 애타하는 청중의 얼굴에는 향수에 젖은 아스라함이 흘렀고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겼다.

곧이어 'Lovers'와 'Steel Bars'로 공연이 마무리 되자 청중은 자리를 결코 뜨지 않은 채 기다렸고, 마이클 볼튼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 하나의 그래미 명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로 공연장을 휘감았다.

목청껏 곡을 따라부르던 청중의 손을 잡아준 뒤 마이클 볼튼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1시간40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과거를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월드컵 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관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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