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씨가 지배한다

프리트헬름 슈바르츠 지음/ 배인섭 옮김/ 도서출판 플래닛미디어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손실과 인명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 규모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수혜자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러 도시들이 통째로 홍수로 파괴되고 나면, 보험회사와 관광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그러나 건축회사와 시멘트 제조업체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한다. 섬뜩하고 기분 나쁜 일이긴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날씨의 영향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에도 변화를 불러와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외에도 자동차 산업, 해상 운송으로 이루어지는 세계 무역, 식량 수급, 항공 교통, 관광산업, 의료산업 등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 분야는 거의 없다.

이처럼 세계 경제활동의 80퍼센트 이상이 날씨의 영향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날씨와 경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날씨는 한 지역과 한 국가의 한 해의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소싱이 늘어나고 있고, 세계의 교역량 또한 증가하고 있는 급박한 흐름 속에서 날씨와 관련된 물류와 운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운송 부문만이 아니다. 더 따뜻해지는 여름 때문에 더 많은 가정이 더 큰 냉장고를 구입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냉장고들은 기존의 부엌에는 맞지 않을 것이고, 맞춤식 부엌 생산자들은 변화된 소비자들의 욕구에 따라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날씨의 변화는 집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날씨와 에너지와의 관계도 그렇다. 기후 보호의 측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소는 에너지 정책이 추구하는 최고 목표이다. 그리고 대체 에너지를 찾고 있는 과학은 자연광과 물·바람 등을 이용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미래를 걸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갖는 자가 새로운 경제 주도권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태양·수력·풍력 에너지 등은 날씨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새로운 미래 에너지는 날씨에 대해 어느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가에 달려 있게 됐다. 결국 미래의 날씨가 부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금융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날씨가 지닌 경제적인 중요성에 일찍이 눈을 돌린 것은 유럽의 재보험사들이다. 그들은 전 세계 경제활동의 흐름과 앞으로의 경제 계획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써 날씨를 든다.

세계의 거대기업들도 변화하는 날씨와 한해의 날씨 전망에 따라 새로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전략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에너지 공급자, 농업 관련 기업, 관광 및 스포츠레저 기업들을 중심으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날씨 파생상품의 장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을 대상으로 일종의 도박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온화한 날씨에 대비해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서늘한 날씨에 대비해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기업도 있다.

날씨는 세계 식량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해의 작황은 그해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는 곧 세계 식량시장과도 연결된다. 날씨는 농업용수뿐 아니라 공업용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중국에서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카리브해에서는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이야기에 주목하라."며 "기후 전문가들의 인식이야말로 새로운 경제적 사고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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