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화계에 '소재가 너무 조폭과 코미디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적이 있다. 다행히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 같은 우려는 사그라졌지만, 조폭과 코미디는 여전히 충무로의 흥행코드 중 하나다.
그런데 이제는 스크린 속 학교까지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싸움의 기술'을 필두로 '방과 후 옥상', '카리스마 탈출기' 등 학원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 영화 속에서 묘사된 학교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정을 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공간이 아닌 약육강식의 밀림과도 같다.
소위 싸움을 제일 잘한다는 '짱'과 그 옆에서 기생하는 '일진'들, 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등이 등장해 아이들만의 위계 사회를 보여준다. 욕설과 비속어는 아예 입에 달고 사는 수준이고, 폭력의 무자비함은 가히 성인들의 그것을 뺨칠 정도다. 물론 폭력의 덧없음, 우정, 의리 등 나름의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이를 보는 중고등학생 관객들이 그 메시지에 주목할까. 우선 영화를 보면 잘 생긴 주연급 배우들은 하나같이 '짱'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헌칠한 외모에 기가 막힌 싸움실력,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반면, 좀 '부족하게' 생긴 배우들은 어리바리하고, 싸움도 못하고, 형편없는 역할을 맡는다.
한창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 관객들로 하여금 '강한 자'에 대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남학생들의 '알카포네 콤플렉스'를 자극함은 물론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문화적 공기(公器)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설령 실제 사회의 모습이 일부분 진흙탕처럼 더러워져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마치 사회의 전부인 양 부풀려서 표현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이러다가는 초등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쌈박질' 하는 영화도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부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니까, 그리고 '재미'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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