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의 얘기를 하더라도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하는 사람들. 그래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현장의 생생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발로 뛰는 리포터들이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 인기있는 직종이 바로 이 리포터. 지역 한 방송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있은 리포터 채용시험 경우 4명 정원에 3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리포터들을 만나봤다.
◇ 구수한 사투리, TBC 한기웅 리포터
"제가 먼저 얘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죠." 적극적이고 쾌활한 자세가 싫지 않다. 질문의 요점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금세 웃는 얼굴로 듣는 사람의 귀가 솔깃하고 감칠맛 나게 얘기를 풀어 놓는다. 대단한 화법이 아닐 수 없다. 방송국 리포터 경력 10년차. 한기웅(38) 씨다.
"언젠가 국장님이 '사투리를 고쳐야 MC도 할 것 아니냐'고 했을 때 '이대로 하겠습니더' 그랬죠." 한 씨는 공중파 방송에서 사투리로 진행하는 전국 유일의 리포터다. '주부체험' '떴다 우리동네' '맛집 소개' 등 주로 토속적인 정감과 구수한 입심이 제 역할을 발휘하는 프로그램들을 맡았다. 리포터로 나서기 전에 몸 담은 연극무대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현재 도시별 특산물 방송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외부 행사나 노래교실을 진행하고 최근에는 재즈음반도 냈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땡볕아래 500여명이나 되는 노인들과 몇 시간 진행하는데 순간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더라고요. 방송 흐름이 깨질까봐 이 악물고 참았죠." 편집 스케줄에 맞추느라 굶거나 장거리 이동도 다반사다."프리랜서 직업의 특성상 화려한 모습만 좇아서는 일을 계속할 수가 없죠. 내가 왜 리포터를 하려는지 목표의식이 분명해야 합니다."
◇ 팔색조, MBC 김나영 리포터
대구 MBC 리포터 경력 2년차의 김나영(26) 씨. 자그마한 체구에 작은 얼굴, 생글거리는 눈에는 표정이 풍부하다. 배우를 연상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연기자로 나섰다고 한다. 60, 70년대 대구.경북 서민들의 모습을 담은 일종의 TV 극장에서다. 벌써 20회 넘게 지방 방송사로서는 간판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억척스런 아줌마, 기생, 버스 안내양 등 다양한 인물상을 맡아 연기했다. 현재 대구 MBC를 비롯해 타 지방 방송사, 케이블 방송국 등 4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씨는 목표의식이 분명한 리포터다. 어릴 때부터 TV를 동경해왔다. 대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도 줄곧 방송반에 있었다. 지난 2003년에는 리포터로서의 실력을 쌓기 위해 한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방송아카데미에 입학하기도 했다.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방송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리포터는 다재다능한 끼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열정은 기본이다. 2004년 10월 대구 MBC 리포터 선발시험에 응시한 때의 일. "아무 것도 차려지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맛집 리포팅을 과제로 받아서 잘 끝냈는데 뭔가 모자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기소개 한번 하겠습니다' 그랬죠." 춤과 노래, CF를 패러디한 자기소개는 그대로 심사위원들에게 '꽂혔다'.
"어느 날 방송국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잘린 거죠. 참 냉정하다 싶지만 그만큼 자기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 프리랜서 리포터의 세계
리포터는 방송 프로그램의 특정 코너를 맡아 조리있는 말솜씨로 정보와 감동,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 대구에서 활동중인 리포터는 대략 40~50명 선.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리포터 지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보자.
▶어떤 일 하나?=리포터는 프로그램 회의에서 주제가 결정되면 먼저 취재 대상과 장소를 정한 후 현장으로 출동한다. 직접 사진촬영을 하기도 하고 원고를 작성하는 등 내용의 기획에서 편집까지 모두 혼자의 힘으로 해낸다. 독창적이고 신선한 리포팅을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할 때가 많아 2~5분 정도의 짧은 방송 시간을 할당받은 리포터들은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준비하나?=일단은 방송 관련 아카데미가 빠른 방법이다. 서울에는 각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3~6개월, 1년짜리 아카데미나, 연기자나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사설 아카데미들이 많다. 취업률이 좋다고 소문난 일부 아카데미 경우 학원 입학을 위한 시험까지 있다. 보통 수개월 과정에 200만~300만 원이 든다.
▶응시자격이나 시험은 어떤가?=학벌이나 전공은 불문. 경력과 실력이 가장 최우선이다.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6개월 정도의 실무 경험을 쌓은 후 공채에 응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 시험은 오디오와 취재 실습 테스트로 진행된다. 특정한 주제와 원고를 던져주고 즉석에서 1~5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는 식이다. 아나운서의 진지함과는 달리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하며 순발력과 정확한 어휘 구사력이 필수.
▶힘든 점은?=프리랜서의 특성상 안정적이지 못하다. 채용후 수개월도 못 채우고 바뀌기가 예사. 이직률도 높다. 경력을 인정받기까지 경제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 지원자는 많은 반면 방송사는 적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리포터 한기웅 씨는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보다 불러주지 않아 그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단지 그 프로그램의 컨셉과 내가 맞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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