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비 없는 平和는 오지 않는다

통일운동 단체들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장에 뛰어들어 '양키 고 홈' '대북 선제공격 연습 중단하라'는 등의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지난 1994년 포항과 그 전해 경기도 포천의 군사훈련장에서 벌어졌던 한미 군사훈련 반대 기습 시위가 연례행사처럼 또다시 벌어졌다.

한국군과 미군을 태운 수륙양용 장갑차 20여 대가 만리포 해수욕장에 진입하자 시위대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장갑차를 가로막았다. 국방부는 충분히 예상된 일임에도 상황을 방치했다. 경찰도 사전 조치를 준비하지 않았다.

통일운동 단체들은 이 훈련이 대북 선제공격을 위한 훈련으로 한반도 평화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과 상의 없이 미국이 북한을 선제 공습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북한도 이 훈련과 관련 이미 예정됐던 남북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내달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훈련을 놓고는 '북한을 반대하는 예비 전쟁'이라고 규정, 전쟁 도발 준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94년 처음 실시된 한미연합전시증원(ROSI)연습은 한반도 유사시에 전개될 미군 증원 병력의 이동과 한국군의 지원 절차 등을 익히는 훈련이다. 미 증원군이 한반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을 항만 및 공항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수용'대기시킨 뒤 전선으로 이동시켜 부대를 재편성, 전쟁 준비를 완료하기까지의 절차를 익히기 위한 연습이다. 이번에 ROSI훈련과 통합 실시되는 독수리훈련은 이렇게 전선에 배치된 전투부대들이 펼치는 실전 연습이다. 이 때문에 휴전선에 배치된 남북한의 대포가 철거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없어질 수 없는 훈련이지 않은가.

통일운동 단체의 행동에 대해 군당국은 일단 없던 일로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위대에 대한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군사훈련을 가로막는 시위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평화 정착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우리만 손 놓고 포기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평화는 땀 흘려 준비하는 자에게만 다가온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평화는 무력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막아 낼 힘을 키움으로써 얻을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것은 통일운동 단체만의 바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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