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車 압수수색 성과'는 오너 개입 단서?

검찰이 현대·기아차 본사와 글로비스, 현대오토넷을 압수수색해 '수사 상의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언급함에 따라 압수물에서 나온 소득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2일 "지난달 26일 현대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기존 제보가 가져온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인한 150억원대의 글로비스 비자금은 내부자 제보를 통해 그존재사실이 알려진 것인 만큼 '제보 이상의 성과'란 비자금과 별개의 소득일 것으로추정될 뿐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의 비교대상으로 삼은 SK 압수수색 전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 수사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가 SK 수사다. 그 때는 1차압수에서 수사 성과가 많이 나왔고 2차 압수수색에서도 내부제보가 있었지만 기존수사 성과를 보강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2003년 2월 전격 감행한 SK그룹 본사 압수수색은 외형상으로 현대차그룹압수수색과 닮은 점이 많다.

당시 SK 본사에서는 34명의 검찰 직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압수수색을벌여 회계자료 등 30상자 분량의 서류를 확보했고 매뉴얼까지 만들어 수사를 대비해온 SK 직원들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수색 과정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이번 현대차 및 글로비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일요일에 기습적으로 이뤄져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진행됐고 압수물은 80상자 분량에 이르는 등 대규모였다.

SK 구조조정본부와 현대차 기업총괄본부 등 대기업의 심장부가 압수수색 대상에포함됐던 점도 유사점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SK에 대한 압수수색이 최태원 SK㈜ 회장의 구속 등 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목을 열어줬다는 점이다.

검찰은 당시 SK 본사 압수물에서 SK의 워커힐 호텔 주식 맞교환, JP 모건과의이면계약 등이 모두 최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는 내부 문건을 다수 찾아내 그룹 총수에 대한 수사를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춰 검찰이 현대차 압수수색에서 찾아냈다는 '소득' 또한 현대그룹수뇌부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는 등 비리에 적극 개입한 단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상부'가 누구인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재무이사 A씨 또한 출국한 상태에서 그룹 수뇌부의 개입 의혹을 규명할물증을 찾아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 관계자도 "이씨는 비자금 조성 경위를 말하지 않지만 검찰 수사는 상당히 진척돼 있더라"고 말한 점도 검찰이 현대차 그룹 오너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란 추론에 힘을 더해준다.

'비리 경제인'들이 우수 변호인들을 대거 동원해 법망을 빠져나가려 한 전례에비춰 기업 사주의 혐의를 명백히 입증할 근거를 찾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번압수수색 성과가 무엇인지에 따라 수사 방향과 범위가 급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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