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화도시'의 요건은 정서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대구가 문화도시라고 하는 말은 대구 시민의 감정상의 용어일 뿐 이 용어를 충족시킬만한 조건을 얼마나 갖추었는가에 관해서는 아직도 더 진지한 질문이 필요하다.
문화가 가진 생태학적 추상성을 넘어서 가시적이고 실증적인 문화 요인을 창출하고 거기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킬 때 비로소 우리는 대구가 '문화도시'라는 말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나는 며칠 전 경주에 문을 연 '동리·목월 문학관' 개관 기념 문학제에 다녀왔다. 한 예술가의 삶은 한 국가의 이미지 창출에 기여한다. 괴테가 없는 독일을, 위고가 없는 프랑스를, 톨스토이가 없는 러시아를 생각할 수 없듯이, 한용운이 없는 백담사를, 정지용이 없는 옥천을, 이효석이 없는 평창을 우리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이 지역에는 이 작가와 시인들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이들의 삶의 전량을 양각해 놓고 있다. 그 뿐인가. 광주에는 '광주 비엔날레'가 있고 부산에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있다. 대구에는 대구를 상징할만한 어떤 문화 이벤트가 있는가?
아쉬운 대로 대구에는 '대구 오페라' 공연이 있다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문학에는 이 점에서 아직도 동면 상태에 있다. 그것도 너무 긴 동면이다.
그간 이상화 고택 보존 운동이라든지 이상화 문학관 건립 추진 운동이 몇몇 개인으로부터 제기되었지만, 아직 실천적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이상화의 시비는 달성공원과 두류공원, 수성못가에 3기가 세워져 있다.
이제는 한 시인의 시비나 좌상을 넘어 그의 삶과 문학을 집성하는 기념관을 세워야 함은 이 시대를 함께하는 우리의 염원이고 요청이다. 여기서 나는 제안한다. 이상화와 이장희의 문학관을 함께 세우자고. 여기서 함께라는 말은 한 지붕 밑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이미 반세기 전에 백기만이 '상화와 고월'을 한 책에 담았듯이 이 두 분의 삶의 시·공간적, 문학적 연대를 보아도 그럴 필요가 있다.
문학관 건립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드는 일이므로 재정은 대구시와 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그 밖에 개인의 협찬을 얻는 일로 발전시키면 된다. 또한 상화·고월 문학관을 한 집 안에 두면 관람에도 편리하고 학습에도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된다.
문화가 문화를 넘어 관광 자원화 되고 경제산업으로 육성될 때 그것은 금상첨화가 되겠지만 문화산업이 곧바로 경제적인 인자로 세속화되는 것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문화사업은 문화적 인자로 출발해야 한다.
이 일은 그간 시민들의 공감대를 쌓은 일이기 때문에 출발이 곧 성공이라는 전망도 해봄직하다. 이웃에서 배우자. 경주의 '동리·목월 문학관'처럼 대구에 '상화·고월 문학관'을 세우자. 그것은 늦었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네 당대의 과업이다.
이기철 (영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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