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은 밀려드는데 일손이 없어...'
대구·경북에서 문화재 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곳은 불과 2, 3곳. 재건축, 재개발 등 개발사업은 많은데 조사기관은 턱없이 부족해 몇몇 발굴기관이 '독점'하고 있다.
지역의 한 발굴기관에 "4천평 규모의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문화재조사를 의뢰하면 언제쯤 가능하냐?"고 묻자 "올해 안에는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에 조사기관은 120곳이 넘지만 이중 각 시·도에서 허가받은 기관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다. 전국적인 조사가 가능한 기관은 12곳 남짓이라 기관의 권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 건설업체는 "작은 지표조사는 가능하지만 시·발굴은 못하겠다는 곳이 많았다."며 "몇몇 기관이 도맡다보니 텃세도 심하고 잘못보이면 다음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어 하소연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영남문화재연구원이 지난 해 64건의 지표조사 중 50건(78%), 발굴조사 42건 중 28건(67%)를 도맡았다(그래프 참조).
대학 박물관이나 연구소가 문화재 조사에서 발을 빼는데다 발굴전문기관의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 영남문화재연구원은 현재 10건이 넘는 지표조사 및 발굴을 동시에 하고 있고 40건 가까이 밀려있는 상태다. 올해 대규모 조사는 더이상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박승규 실장은 "2인 1조로 구성된 12개 팀이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다보니 공급이 달려 계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졸업자들이 3D업종이라고 기피하는 바람에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
경북지역은 그나마 형편이 약간 나은 편이다. 문화재 조사기관이 17곳이나 되는데다 발굴전문기관도 5곳이나 된다. 하지만 경북지역에서만 이뤄지는 각종 개발에도 일손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김규탁 경북문화재연구원 사무처장은 "건설업자들이 문화재 현장조사에 의문을 품지만 '학자적 양심'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은 지난해 지표조사 58건, 발굴조사 55건으로 7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만 30여건 밀려있다.
하지만 관할부처인 문화재청은 현재도 조사기관이 난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80, 90년대 건설 붐으로 한해 수만 건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현재 그 기관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는 것. 발굴조사과 배성규 담당은 "최근 2,3년 동안 건설붐으로 발굴전문기관이 10여 개 더 생겼지만 앞으로 5년 뒤에도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다."며 "현재 전문기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신행정수도 및 각 시·도의 혁신도시, 경주 방폐장 건설 등 각종 대형 국책사업이 줄을 잇고 있어 문화재 조사지연으로 인한 건설업체, 개인사업자의 피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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