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오페라단 정기공연 '명랑한 미망인'

"나 같은 과부가 인기가 있다니요. 가련한 과부라도 돈이 많으면 더욱 인기가 좋다지요."

발칸지방의 작은 나라 폰테베드로의 한나 글라바리 부인은 파리 사교계에서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남자들에게 이렇게 비꼰다.

남편의 죽음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한나. 남자들은 그녀의 미모도 미모지만 사실은 그녀가 가진 엄청난 돈에 관심을 가진다.

이런 광경을 본 폰테베드로의 제타 남작은 긴장한다. 혹시나 그녀가 다른 나라 남자와 결혼하면 그녀의 막대한 재산이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흘러들어가 작은 나라의 국가 재정이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 제타 남작은 술독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한나의 옛 애인 다닐로에게 국가 존망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중대한 과제를 안겨주게 된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이 제26회 정기공연으로 6~8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리는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라 '명랑한 미망인(The Merry Widow)'은 재치있는 극의 전개와 왈츠풍의 가볍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극적 결말로 막을 내리는 무거운 주제의 오페라와도 그 분위기가 다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경쾌하고 명랑한 음악과 극의 줄거리는 옆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왈츠'를 추고 싶게 만든다.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는 이 오페라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게 됐으며, '명랑한 미망인'은 인기를 끌며 미국에서만 5천 회 이상 공연되기도 했다.

'명랑한···'은 레치타티보 대신 연극적 요소인 극중 인물들간의 대사처리가 많고, 또 배우들의 활발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김희윤 대구시립예술단 감독은 "오페라 전편에 흐르는 빠르고, 때로는 느린 왈츠 리듬이 관객들의 등을 의자 깊숙이 기대게 내버려 놓치 않을 것"이라며 "한글 대사와 한글자막으로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오페라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에서는 다른 나라 남자와 한나의 결혼을 막기 위한 임무를 받은 다닐로가 부르는 '맥심에서'(1막), 폴로네이즈 풍의 짧은 서주에 이어 한나가 부르는 '빌리아의 노래'(2막), 그리고 한나가 다닐로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마련한 파티에서 한나와 다닐로가 부르는 '2중창 왈츠'(3막) 등은 귀담아 들어야할 아리아. 전체 3막으로 2시간 정도 공연된다.

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장한업 영남대 교수가 대구메트로폴리탄교향악단을 이끈다. 대구시립합창단, 전효진 발레단 등 180여 명이 무대를 꾸민다.

6일에는 이정아(한나), 박종선(다닐로), 박진희(발렌시엔)이, 7일에는 린다박, 배재민, 오윤정, 8일 고선미, 김성빈, 은재숙이 호흡을 맞춘다. 오후 7시 30분. 1만~7만 원. 053)606-6344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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