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칠레 FTA 2년…"포도농사 '현대화'로 경쟁"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2년이 되는 4월 1일 경북의 최대 포도 산지인 상주 모동면. 포도원에는 농민들이 올 포도농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포도 나무껍질을 벗기고, 비가림 비닐설치와 나무물공급시설 등을 손보느라 바쁜 일손을 놀렸다.

모동·모서면 등 5개 지역 포도의 경우 높은 당도와 고품질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포도재배농들은 한·칠레 FTA 체결에 따라 갈수록 늘어나는 칠레산 포도의 국내시장 점유율로 걱정이 태산이다.

◆구조조정 등 경쟁력 갖추기=3월 25일 포도영농조합 대표자와 작목반 회장 등은 모임을 갖고 영농조합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 FTA 체결 등 변화하는 세계 농업환경에 대처하고 지역 포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

모동에는 1천200여 농가가 백화명산·모동명산 등 4개의 포도영농조합법인으로 나눠져 그동안 품질 및 기술교육과 체계적인 유통·판매를 책임질 조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들은 포도 4개영농조합 통합추진위(위원장 박봉래 이장협의회장)를 구성하고 통합브랜드 개발과 유통 및 판로 개척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올 연말쯤 통합조직을 출범 시키기로 했다.

이와함께 최근 포도농들은 FTA 기금 지원으로 현대화된 포도원 조성에 나섰다.

상주시는 2005~2010년 FTA기금과수발전지원사업으로 218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아래 지난해 28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45억 원을 지원할 예정.

FTA기금 등 모두 2천여만 원을 들여 포도밭 1천200평에 '개폐식비가림하우스'설치 작업에 분주한 모동명산영농조합 덕곡리 포도작목반 최창오(69) 회장은 "첨단시설로 비를 피하고 출하시기를 조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됐다"면서도 "포도농가가 전천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포도생산 면적 급감=한·칠레 FTA 체결 이후 칠레산 포도 수입은 급증한 반면 경북의 포도재배는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이 3월 31일 300여 명의 포도단지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 '포도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산 포도의 고품질화와 유통전략 선진화, 포장기술의 고급화, 출하시기 조절 등으로 수입산과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의 포도재배 면적은 1980년 2천954ha, 1990년 5천702ha, 2000년 1만2천559ha로 매년 늘어나다 FTA 체결과 수입개방 확대에 따른 폐원 등으로 2004년에는 2000년에 비해 20% 정도 감소한 1만81ha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9천500여ha로 급감했다.

이에 비해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칠레산 포도의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농림부와 농산물유통공사에 다르면 지난해 칠레산 포도의 수입시장 점유율은 55%를 넘어 섰으며 포도주는 미국산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칠레산 포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1천940만 달러 어치가 수입됐다. 이는 2004년 같은기간에 비해 47.5% 증가한 것.

특히 FTA체결 2년째인 올 들어서는 전국 어딜 가나 칠레산 포도를 접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지난 한해동안 칠레산 포도 수입액은 전년에 비해 51.3%가 증가했다. 같은기간 우리나라 전체 포도 수입 증가율이 27.6%인 것을 감안하면 FTA효과가 상당히 큰 것이다.

농림부 배원길 과수화훼과장은 "2010년까지 거점지역에 산지유통센터 설립과 생산시설 현대화 등에 1조2천억 원의 FTA기금을 투자해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 밝혔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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