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침몰하고 있다. 상품 20kg 기준 월간 평균 도매가는 지난 3월 3만 5천 원대로 떨어졌다. 1997년 12월 이후 8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매가 역시 4만 2천 원대로 내려앉아 7년8개월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최근의 쌀값 하락은 근래 두 번째 악화된 상황이다. 작년 가을에는 수매제 폐지 때문에 산지 가마당 가격이 16만 원에서 13만 원대로 추락했었다. 이번 추락은 외국산 밥쌀 수입에 영향 받았다. 그 결과 쌀값 하락 폭은 일 년여 사이에 몇 십% 규모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쌀값 하락세가 이쯤에서 멈추리라고 기대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국산 중 처음 수입된 미국산 쌀은 이틀 뒤 공매돼 시중에 나올 예정이다. 원산지 및 혼합 비율만 제대로 표시한다면 국내 쌀과 섞어 팔 수 있고 포장을 다르게 할 수도 있다. 며칠 후에는 중국산 밥쌀까지 상륙할 예정이다. 그 결과 국내산의 가격 하락이 수입산의 공매가를 끌어내리고, 그것이 다시 국내산의 값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경쟁력 있으리라던 유명 쌀값까지 이미 맥을 못 추는가 하면, 쌀값의 기준선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구시내의 한 농협 유통센터에서는 이번 달 들어서 소매가를 또 1천500원씩 내리기까지 했다.
이미 걱정해 왔듯, 농업의 몰락은 결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대책과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할 때가 됐다. 어느 선에서 쌀값의 마지노선이 형성될 것이며, 그럴 때 농업을 지킬 방법은 저런 것이다 하는 비전을 듣고 싶다. 지방선거라는 권력 놀음에만 매달리고 있어서는 모두에게 더욱 나쁜 상황만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 대책'은 그 자체뿐 아니라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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