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 하나로 형상을 만들어내는 수묵화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상투적인 어구가 너무나도 어울리는 예술이다. 짙은 혹은 옅은 먹이 백색의 화선지 위를 오가며 산수(山水)가 되고 인물이 되기도 한다.
갤러리분도(053-426-5615)에서 4월 22일까지 열리는 '자연의 숨결, 생명을 노래함'전은 이러한 수묵화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는 네 작가 정종해(한성대 교수)·김호득(영남대 교수)·이영석(계명대 교수)·임현락(경북대 교수)의 최근작을 선보이고 있다. 모두 물로 선염(暈)하고 먹으로 꾸민(章) '수운묵장(水暈墨章)'의 작품이지만 각 작가가 화단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만큼이나 독특하면서도 확고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현란한 필선으로 생명력 그 자체를 발산하던 정종해는 이번에 산이나 폭포 등의 자연경관을 주제로 한 경향의 최근 작품을 걸었다. 한 획 한 획 늘어지고 끊어지고, 이어지는 가운데 보이는 산이며 폭포는 살아숨쉬는 자연의 생명력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무수한 점찍기 작업의 '사이' 연작을 작업했던 김호득의 최근 작품은 '흔들림'이다. 점이 무한확장된 듯 그의 운필은 묵직한 기운을 담아 이미지를 중첩시키고 있다. '단 한 순간도 변하지 않고 흔들리는 세상 만물'에 대한 주제를 담은 작품은 산을 많이 닮았다.
이영석의 '무념' 연작에는 쉼없이 연결되는 일획의 굵은 흔적들이 있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서 나온 중봉이 지나간 자리는 온화함을 지닌 채 생명체로서 꿈틀거림을 준비하고 있다. 임현락의 '나무들 서다' 연작은 일획의 기개와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화선지 위에서 평면으로 존재하던 나무는 임씨의 손을 거쳐 입체로 살아나며 한겨울 나무의 절개와 정기를 간직한 채 다가올 봄의 환희를 응축하고 있다.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네 작가의 붓 하나로 기운생동하는 작품 1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