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상이 복잡·다양하게 일어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찬성과 반대의 논리도 갈수록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한쪽의 시각에만 기울어서는 올바른 입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쟁점 자체를 놓치기 쉽다. 사회의 찬반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봄으로써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눈을 키우자는 의미에서 '是是非非' 코너를 개설한다.
▨새만금 사업 계속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대법원이 지난달 16일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 공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공사 중지와 계속을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대법원이 공사 계속이라는 사법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근본적인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지만 간척지 활용, 새만금 담수호 수질 보존, 해양환경 변화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새만금 사업과 이번 판결은 적어도 세 가지의 쟁점을 던져준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져 보자.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문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업을 중단시킬 경우 우량 농지 확보 등 국가적·사회적 이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되고 지금까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데 따른 손해가 발생한다. 이를 감수하고 사업을 중단시킬 정도로 환경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환영하는 쪽에서는 사법부가 불명확한 환경론보다는 개발론에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환경이 헌법이 보호해야 할 가치이긴 하지만 개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헌법상의 가치라는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환영할 만하다. 새만금 공사에는 지금까지 2조 원 가량의 돈이 들어갔고, 33km의 방조제를 거의 다 짓고 2.7km만 남았는데 사업을 백지화하면 국가적 손실이 더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신문 사설)
판결에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은 대개 환경보호를 주장하던 이들이지만 개발이냐 환경보호냐를 따지기 전에 살펴볼 점이 있다. '정치권과 행정 관료들이 쉽게 대형 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생색은 내면서도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이고, 대형 사업을 벌일수록 자리와 떡고물은 더 생길 가능성이 높은 데 반해, 실패해도 책임은 별로 지지 않는, 손해 볼 게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정부가 왜 하는지 모르면서도 일단 시작만 해 놓으면 합법화시킬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판례를 남겼다.'(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신문 칼럼)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
앞서 얘기했듯 새만금 사업은 공사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간척사업을 통해 거대한 갯벌을 없애고 농지를 조성하고나 공장 용지를 늘린다는 사실에 대해 개발론과 환경보호론이 맞부딪칠 것은 분명했다.
'갯벌 등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한 논란은 갯벌 파괴로 잃는 생태환경 가치와 새만금 사업으로부터 기대되는 편익을 비교하면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새만금 사업으로 2만 800ha의 갯벌이 수산 양식과 생태환경을 위한 서식지 기능을 잃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생태환경적 가치는 사업의 내구연한을 100년으로 볼 때 연간 총 5천873억 9천600만 원에 해당된다. 반면 새만금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편익은 시장경제가치가 연간 총 9천612억 9천7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개발 후의 비시장 재화가치로서 환경공익적 가치는 연평균 2천662억 6천800만 원에 이르러 새만금 사업의 연평균 총 기대편익은 1조 3천622억 3천400만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막대한 경제 효과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임재환 충남대 명예교수, 신문 칼럼)
'그 자체로 갯벌은 쌀농사에 못잖은 경제적 가치를 누대에 걸쳐 사람들에게 거저 제공해 왔고, 흘러내려오는 강물을 정화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바다를 그만큼 덜 오염시키고, 그럼으로써 복잡계인 생태계를 그나마 이만큼 안정시켜 왔다. 개펄에 의지해 사는 생명체들은 지구적 차원에서도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그뿐인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개펄의 심미적 가치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얼추 열거한 이런 복잡한 가치들을 단순하게 사람 중심의 경제가치로 환산한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생돈을 들여 개펄을 메워 챙길 이익보다 몇 백 배 크다는 게 인지의 발달로 깨닫게 된 '젖은 땅'의 진실이다.(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 신문 칼럼)
▶대규모 국책사업의 의도
새만금 사업은 출발에서부터 지금까지 정치적인 의도와 줄곧 맞닿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전북 표를 노리고 새만금 개발 공약을 급조해 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는 새만금 사업 추진에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입장을 바꾸었다.
'사업이 지체되면서 애초 1조 3천억 원이라던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은 4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결국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단물을 빨아먹고 고통은 국민에게 전가된 셈이다. 새만금만 그런가. 이미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정난 호남고속철도 사업을 호남 표를 의식해 정치권에서 서두르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무안·울진 등 지방 공항도 정치 논리에서 출발하다 보니 수요를 부풀렸고 이 사실이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신문 사설)
같은 목소리로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개발론과 환경보호론 모두 이를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새만금 간척사업
전라북도 군산, 김제, 부안에 총 길이 33km의 방조제를 축조해 총 면적 4만100ha의 토지를 조성하는 사업. 사업 목적은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땅을 얻고, 중규모 저수지 200개에 해당하는 10억t의 수자원을 확보해 미래의 물부족 사태에 대비. 또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 상습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 관광자원 조성. 1987년 12월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발표돼 1991년11월 방조제 공사에 들어갔다. 1999년 환경단체들의 요구로 민관공동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1차 중단됐고, 2003년7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중지 결정으로 2차 중단됐다.
◆갯벌
사전적 정의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의 넓고 평평한 땅. 퇴적물의 입자가 미세한 펄 갯벌에서는 게와 갯지렁이 등이, 입자가 굵은 모래 갯벌에는 조개류가 많이 산다. 갯벌은 홍수나 태풍 때 일차적으로 그 에너지를 걸러주는 한편 하천과 해수의 정화, 생태적 가치 등이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총 면적의 83%가 서해안에 분포하며 캐나다 동부, 북해, 미국 동부, 아마존 하구와 더불어 세계 5대 생태계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64년 국내 갯벌 면적은 3905㎢였으나 서해안 매립 등으로 올해 2000㎢로 줄고, 2015년에는 1500㎢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해안 개발이 본격화된 1987년 이후 올해까지 공식적으로 810.5㎢의 갯벌이 매립됐으며 새만금 사업(208㎢)과 경기 시화호(180㎢)가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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