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워드가 3일 한국땅을 밟았다. '순혈주의(純血主義)'에 사로 잡힌 한국사회를 뒤집어놓았던 그였다.
대구·경북에서도 국제결혼 가정이 과거보다 4배나 늘고 속속 2세들이 태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다문화가정'이 뿌리 내리고 지역사회도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에 나서고 있다.
2세들과 이주여성들을 보듬는 지역의 민간사회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했고, 정부방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는 결혼이민자 센터까지 이달 초 대구·경북지역 3곳에서 본격 출범,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2일 대구 중구 가톨릭근로자회관 어린이 공부방.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2세들이 휴일마다 '과외'를 받는 곳이다.
올해 초교 1년에 입학한 최치수(8) 군의 받아쓰기 공책은 온통 100점. "다 했어요. 선생님, 너무 쉬워요."
치수는 자원봉사 교사들이 내준 과제를 '무서운' 속도로 풀어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문을 연 이곳엔 초교 1~4년 10명과 유아반 5명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어머니가 한국말에 서툴고 살림살이가 넉넉찮아 집에서 공부하기도, 학원에 다니기도 쉽지 않은 아이들이다.
대구교육청은 최근 외국인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2세'에 대해 첫 공식 통계를 냈다. 초.중.고교에 다니는 대구 다문화가정 2세는 모두 190명.
초교생 158명, 중학생 22명, 고교생 10명. 2세들의 외국인 부모는 어머니(160명)가 압도적이지만 아버지들의 숫자(30명)도 결코 적지 않았다.
다문화가정 취학아동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 지난달 28일 찾은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어린이집은 한국인 아버지와 동남아 이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다혜(가명·7·여) 양 3남매가 3개월 전 한꺼번에 입학한 곳.
처음 보는 낯선 아저씨에게 환한 웃음을 짓고 언제나 제일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다혜는 놀랍도록 밝은 아이였다. 다혜 어머니(35)는 그런 다혜가 한없이 고맙다고 했다. 다혜 어머니는 남편이 갑자기 숨지자 지난해 8월 한 농촌마을을 떠나 대구에 정착한 것. 대구이주여성인권상담소는 쉼터를 마련, 3남매의 어린이집 입학을 도우면서 다혜네 가족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줬다.
대구에 거주하는 국제 결혼부부는 2005년 기준 1천280쌍. 지난 2001년 385쌍과 비교하면 5년만에 4배 가까이 불었다. 외국인 아내는 274명에서 1천14명, 외국인 남편은 111명에서 266명으로 급증했으며 동남아계가 대다수.
이에 따라 정부도 국제결혼 가정과 2세들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지원대상은 이주여성가족. 지난해 말 국회 심의를 거쳐 전국 16개 시·도에 이주여성가족을 지원하는 21개 결혼이민자 센터를 짓기로 확정했다.
경북 예천과 구미에 군청 직영과 민간단체 위탁 센터가 이달 초 문을 열었고, 대구는 5일 운영기관을 결정한 뒤 본격운영될 예정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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