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일학생운동 뜻 기리며 '특별한 생일잔치'

개교 100주년 맞는 영주 순흥초교

벽에 걸린 제1호 졸업장(1909년 6월 30일), 교실 대들보에 써놓았던 상량목판(1930년), 항일 학생운동 기념비…. 어느 것 하나 세월을 말해주지 않는 것이 없다.

7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 영주 순흥초교. 매일 아침 어린 학생들의 글 읽는 소리와 함께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칠순의 선배와 심부름하는 20대 동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기념사업을 준비 중인 권경준(65) 총동창회장은 "현재는 전교생이 65명뿐인 작은 시골학교지만 경상도 최초의 신교육기관으로 7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인 교사의 악독한 식민지 교육에 반발해 동맹휴학 사건을 일으켰던 역사 깊은 학교"라며 "올해 기념사업으로 동맹휴학사건으로 퇴학당한 32회 졸업생들에게는 명예졸업장을, 창씨 개명 졸업장을 받은 동문은 한글 이름 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자랑했다.

1944년 1월 왜군병사의 비각을 훼손한 일로 퇴학당했던 박수항(76·영주시 안정면) 씨는 "62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서정주(60) 교장은 "총 동창회를 열면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한 운동장에 다 모인다."며 "8일 학교 교정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는 동문 1천여 명이 참석해 항일운동과 100주년 기념비 제막식, 재학생 작품전, 100년사 사진전시회를 갖는다."고 말했다.

순흥초교는 순흥군수 정재학이 고종 13년(1906년) 4월 7일 흥주소학교를 설립한 뒤 일본군의 방화로 전소됐다가 지역 유지들의 도움으로 1908년 중건(순흥면 지동리)돼 이듬해 제1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후 1929년 10월 교실 증축공사 당시 화재가 발생, 1930년 8월 현재 위치인 순흥면 읍내리 378의 2번지로 옮겨 신축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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