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책 속에서만 있던 양치기소년 이야기가 진짜 현실로 뛰쳐나올 것 같아 걱정입니다."
3일 오전 10시 58분쯤 대구 수성구 한 대학교 강의실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관은 이렇게 푸념했다.
그는 "당시 강의실에는 50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수십 명의 경찰 특공대와 군병력, 소방관들이 들이닥쳤지만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심지어 폭발물이 있다는 신고로 강의실을 수색해야 하니 나가달라고 했지만 수업은 그대로 진행됐고, 어쩔 수 없이 수업 중에 수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한 경찰은 "현장을 수색한 결과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다행이었지만, 신고내용이 사실이었다면 큰일이 벌어질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최근 20여 일 동안 경찰과 소방본부에 폭발물 허위신고 전화가 걸려온 것만 벌써 다섯 번째. 지하철역과 버스, 그리고 대학 강의실까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지 장난전화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특히 경찰은 지난달 13일과 16일 연속으로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장난 전화를 걸어 한동안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킨 혐의로 류모(43) 씨를 구속했고 지난 1일에는 이 같은 장난전화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후에도 계속해서 허위신고 전화가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대구 수성경찰서 신동연 강력1팀장은 "해프닝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이젠 폭발물 신고가 들어와도 사태의 심각성을 잊어버린 것 같아 걱정"이라며 "범인 체포가 우선이지만 예방을 위해서 심각하게 공익을 해치는 고의적인 허위·장난전화는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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