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로등 격등제' 캄캄한 주택가 '무섭다'

주민들 이면도로 치안 불안 호소

"이거야 원, 무서워서 밤길 다닐 수 있겠어요?"

3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 주택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심정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곳은 신천대로와 주택가를 잇는 일방통행로. 인근에는 하늘로 치솟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이 곳에는 낡고 오래된 단독주택이 밀집한데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밤이 되면 인적이 끊어지는 지역.

주민들은 "가로수가 우거지는 여름이면 인근 도로와 주택가에 가로등 불빛마저 제대로 비추지 않아 더욱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정모(70) 할머니는 "밤늦게 친구들과 화투치며 소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못할 지경"이라 했다.

대구시내 대다수 지역의 야간조명이 어두워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철로변과 신개발지에는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데다 대형차량의 불법 주정차까지 가세해 주민들의 밤길통행을 더욱 두렵게 하고 있다.

대구시는 에너지 절감정책에 따라 시가지 전지역 가로등 중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진입로, 교차로 등을 제외하고는 가로등 격등제를 시행하는 형편. 이 때문에 각 구청 게시판에는 가로등을 설치해 달라거나 너무 어둡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준(북구 침산2동) 씨는 "대구역에서 홈플러스 칠성점, 삼정그린코아에 이르는 길은 오후 9시가 넘어서면 인적이 드물고 조명이 어두워 불안하다."는 글을 북구청 게시판에 올리고 대책마련을 바랐다. 동구에서는 각산동 860번지 방향 반야월역 뒤편길에 가로등 불이 없어 밤마다 통행하는데 너무 불편하고 무섭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많다.

중구에서는 동인동이 불안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우준명 씨는 "유동 인구가 적고 너무 어두워 밤에 혼자 걸어 다니기 겁난다."며 "특히 동인2가 파출소부터 동서쇼핑으로 이어지는 길과 중구청 뒤편에는 작동하지 않는 가로등도 많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가로등 설치를 맡은 각 구·군청은 자체 조사보다는 주민민원이 제기돼야 비로소 가로등의 설치를 추진하는 실정이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재정이 한정돼 주민 민원이 제기되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 설치하는 것이 사실"이라 털어놓았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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