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강동순 감사가 '김대업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대표적 사례로 꼽아 KBS의 친정권적 보도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강 감사는 KBS에서 30년 넘게 PD 생활을 한 인물이다. 그는 "좌파, 우파의 차이일 뿐 5공 때 이원홍 사장이나 참여정부의 정연주 사장이 무엇이 다르냐"며 예나 지금이나 KBS가 정권과 부적절한 관계에 매여 있다는 투로 비난했다. 어제 고려대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다.
그는 "KBS는 2002년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 씨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 관련 보도를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메인 뉴스인 9시 뉴스에서 무려 80번을 다루었다"고 했다. 김 씨가 제기한 의혹을 확인도 않은 채 매일 3건꼴로 쏟아 내 보냈으니, 그의 말마따나 국민은 당연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식으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더 있었겠는가. KBS도 이 점을 노리고 광고 방송 하듯 줄기차게 보도를 했을 것이다. 그런 보도가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그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허위 의혹 주장에 얽혀 지난해 김 씨와 인터넷 신문 등은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고, 김 씨는 수사관 사칭 등으로 1년 2월의 실형까지 살았지만 KBS는 소송에서 비켜 갔다. 교묘하게 후보 검증 차원으로 '위장한' 기술적 보도로 이 후보에게 치명적 타격만 입히는 전술을 썼기 때문 아니겠는가.
강 감사는 2004년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의결 보도 때도 "탄핵 반대 여론이 7대 3으로 우세했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은 5대 5로 방송하는 게 맞는데 9.9대 0.1로 탄핵 반대 쪽으로 기우는 방송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이 정권의 도구 노릇이나 하는 나라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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