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파른 환율 하락 경기 회복에 찬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져 950원 대를 기록했다.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고, 경기 회복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하려던 콜금리를 동결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환율 하락은 고유가와 함께 올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주요 변수였다. 그래서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 왔다. 문제는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 들어 3개월 사이 원화 값은 벌써 5.5%나 상승했다. 환율 급락은 국제적인 달러 약세 분위기와 더불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지속한 때문이다.

환율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60원 선이 붕괴됨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 심리가 더욱 증폭돼 950원 선 유지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들은 출혈 수출이 불가피하다.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란 얘기다. 수출 기업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면 다음 요구 수순은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다. 그러나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타이밍과 강도가 어설프면 환율을 진정시키지도 못하고 환투기 세력에 나랏돈만 잃게 된다.

게다가 장기 환율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외환은행과 한국까르푸 매각 대금 등의 환전 수요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 기업들은 졸라맨 허리띠를 더욱 조르고, 마른 수건을 다시 쥐어짜는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도 환율과 유가 등 대외 변수를 고려해 금리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무역과 자본 수지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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