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영화에서 지구를 침범한 외계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머리카락이 없다. 원래부터 없었을까. 아니다. 생각을 바꿔 그들에게도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왜 민머리일까.
소설과 영화 속 외계문명은 대개 지구보다 앞서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생명체는 적응을 위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비행접시처럼 복잡한 기계를 다뤄며 감정보다는 이성적 계산이 앞서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살다보면 그들이라고 왜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겠는가.
그들도 처음엔 빠지는 머리카락을 막으려 갖은 수단을 다 부렸을 것이다. 하지만 역부족. 이미 그들 몸 속 머리카락 유전자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이 '탈모 공습'에 시달리고 있다. 자고나면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들여다 보며 남 몰래 한숨짓는 사람들이 약 400만여 명. 특히 최근엔 탈모 연령층이 20, 30대로 낮아짐에 따라 얼짱, 몸짱 등 외모가 경쟁의 기준인 풍조에서 탈모는 주름과 함께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원인이 되면서 숱 많은 모발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맞선자리서 십 수 차례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는 주영권(가명'29'전북 남원)씨는 "집안 내력으로 20대 초반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의 아내를 사귀 때 심지어 원조교제가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술회했다. 주씨는 "건물 입구서 나오는 바람에도 가뜩이나 없는 머리가 흐트러질까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최희영(가명'32'창녕)씨는 "출산 이후 가르마 부위서 탈모가 시작되면서 3년 사이 머리 밑이 훤히 보이게 됐다."며 "주위나 직장 동료들이 말을 건넬 때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자신감마저 잃게 되더라."고 말했다.
갑상선 질환을 앓으면서 정수리부위에서 탈모가 시작된 정영숙(가명'43'수성구 시지동)씨는 "머리가 빠질 때마다 혼백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고민 끝에 가발을 착용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탈모는 빠져나간 머리카락 대신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심어둔다. 취업, 결혼, 이성 교제 때 동년배보다 나이가 많이 보여 불이익을 받는다든지, 대인관계에서 자신감 상실 등이 탈모로 인한 고통들이다.
이에 따라 탈모와의 전쟁도 한창이다. 뭉치탈모뿐 아니라 미미한 탈모가 보여도 장래 본격탈모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두피관리를 하는 미용실과 피부관리 업소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첨단 두피검사 기구를 이용해 고객의 모낭과 두피상태를 체크, 탈모정도를 측정해주거나 두피마사지와 모발케어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가모업체와 모발이식술도 인기를 얻고 있다. 고객의 머리형태를 본 떠 인공 또는 실제 모발로 가발을 제작, 탈모부위에 감쪽같이 덮어씌우는 가모업체들이 성업을 이루고 본인 머리카락을 채취해 빠진 부위에 이식하는 모발이식술도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시술이 활발하다.
모발영양제가 든 기능성 샴푸제품과 발모촉진제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시장규모는 수백억 원대. 업계에 따르면 향후 시장규모는 훨씬 더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6년 4월 6일자 라이프매일)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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