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동구의 한 가정집. 아빠가 큰딸의 머리를 물이 가득 담긴 세숫대야로 밀어넣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딸의 나이는 열세 살. 숨 막히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이는 결국 정신을 잃었다, 깨길 반복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넋을 놓기 일쑤였다.
둘째 딸아이도 아빠의 주먹을 피하지 못했다. 아빠는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아이의 입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밀어넣고 접착테이프로 봉해버렸다. 그리고 쏟아지는 주먹 세례.
아이는 반항조차 못했다. 다섯 살짜리 막내는 아빠의 택시가 집 앞에 주차돼 있으면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을 속옷만 입힌 채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고 친지들은 전했다.
지난 14년 동안 구모(43·여) 씨와 세 아이들에게 가정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아빠의 손찌검. 아이들의 몸에는 상처들이, 얼굴에는 그늘만이 남아있었다. 엄마는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 자신조차 온 몸을 결박당한 채 구타당하는 처지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조차 없는 형편.
결국 참다 못한 구 씨 친척들이 아빠를 상대로 지난 5일 가정 폭력 범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아빠는 '가정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해당 동사무소는 현재 아이들의 쉼터를 찾고 있다.
가정 내 아동 학대가 숙지지 않고 있다. 대구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211건으로 2004년 215건, 2003년 128건 등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학대를 가한 176명(2005년 9월 현재) 가운데 무려 59%인 104명이 친아버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아동 학대는 신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낮은 자아 존중감과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 공격적 행동, 반사회적 행동 등 정서적인 폐해가 더욱 크다."며 "학대를 받고 자라난 아동들은 가출이나 약물·알코올 중독, 범죄 등 비행이나 탈선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커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동 학대는 위험성에 비해 처벌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정 폭력 사건의 경우 일반 형사 사건과는 달리 징역, 벌금형 등 일반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기 때문. 따라서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접근 금지나 친권의 제한, 사회봉사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 폭력의 경우 구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더라도 일일이 감시할 수가 없어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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