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지역신문을 생각한다
신문 매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지 어언 4백 년이 돼간다. 그동안 신문은 그 연륜만큼이나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고 또 지금도 부단히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21세기 첨단 정보화시대에도 신문이 정보와 지식매체로서 여전히 높은 위상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텔레비전이 등장한 이후 그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인터넷의 가공할 위력으로 인해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혹자는 신문은 곧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도 한다. 그러나 신문의 미래를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속단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한다. 여러 전문가 연구나 전망에서도 나타나듯 신문 매체가 비록 그 형식이나 포맷에서는 다소 변모한다 할지라도 신문 그 자체로서의 정체성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될 것이라고 한다.
금세기 접어들어 미디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고 신문도 그 혁신의 물결 속에서 생존을 위한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와 위성멀티미디어 방송 DMB가 현실화됐고 매체융합현상이 가시화되는 추세에서 신문도 일정부분 변혁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미디어 환경은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일대 변혁과 혁신의 과정에 있고 이른바 글로벌 전략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글로벌리즘은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전제로 하는 로컬리즘의 의미를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즉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지칭되면서 세계화와 국제화 패러다임이 물결치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 공동체 특유의 유대감이나 긴밀함의 소중함도 강조된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은 공존하면서 필연적으로 상호 보완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지역신문의 생명력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리즘이 강조되지만 동시에 로컬리즘의 가치가 소중히 여겨지고, 전국지가 그 영향력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도 지역지의 존재가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바로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고유의 정서를 발굴하고 지면에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은 지역신문으로서 수행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며 이는 전국지로부터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지역 고유의 사회문화적 가치와 생명력을 지닌 이슈를 발굴할 능력과 여건이 전국지로서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역신문은 지역 이슈나 소식뿐만 아니라 전국적 그리고 국제적 이슈까지도 담고 있으니 어찌 보면 지역신문의 독자들은 전국지 독자들 못지않게 충분히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요즘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주식시세나 신간서적 정보 그리고 스포츠 뉴스 등은 반드시 인쇄지면이 아니라도 온라인 공간상에서도 충분히 심층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지면 수를 비교하면 전국지와 지역지 간의 격차는 사실상 그다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보통 하루치 신문에 전면광고만 거의 십수 면을 싣는 전국지에 비해 광고시장의 지역적 한계로 고작 육칠면 정도밖에 못 싣는 지역신문의 열악한 사정을 생각할 때 광고를 제외하고 정작 독자가 읽을 만한 콘텐츠는 전국지나 지역지 간에 큰 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결론은 독자가 내릴 일이다.
신문의 날을 제정한 지 반세기가 흘렀다. 매체 시장의 판도나 영향력 그리고 신뢰도 모두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었고 심지어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 가지 결코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좋은 신문'을 기대하는 독자의 바람이다. 좋은 신문의 조건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저널리즘의 가치와 기자의 전문성이다. 파행을 자초한 신문시장의 비시장적 요인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교정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민들의 끈끈한 애정이다. 그 신문 안에는 바로 독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정신과 유대감 그리고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최경진(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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