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럴듯한 청와대 전 비서관의 暴露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연일 현 정권 실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얼마 전 까지 노 대통령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태도를 돌변한 배경을 알 수 없으나 그의 폭로성 주장은 상당한 인화성을 지니고 있다. 정씨는 며칠 전 한.미FTA 추진을 노 대통령의 한건주의 조급증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미쳤다"고 독설을 퍼붓더니 어제는 청와대가 삼성 로비에 놀아난다는 취지로 현 정권의 도덕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폭로'인 만큼 일반 국민은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씨는 "청와대는 재경부에 둘러싸여 있고 재경부는 삼성 로비에 놀아나는 집단"이라며 "대통령 최측근인 L의원이 그런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L의원은 대선 때 삼성에서 5억 원을 받은 바 있는 이광재 의원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여기서 더 나가 "재경부 국장쯤이면 삼성맨들이 많고 술값도 삼성이 낸다"며 "모든 로비와 압력은 386참모들을 통해 올라온다"고 했다. 어디 정도 사실인 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주장이 매우 구체성을 띤다는 점에서 현 정권에 대한 배신감이 슬그머니 치밀어 오른다.

정씨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재경부 삼성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청와대는 이미 국가안전보장회의 기밀문서 유출, 여자 문제로 아내 살해, 금지령 속 골프 등 잇단 참모들의 기강 해이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 있다. 삼성은 '8천억 사회헌납 '과정을 통해 막강한 로비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니 국민은 어느 쪽 말을 더 믿겠는가.

청와대는 정씨의 주장에 열 받아 감정적으로 걷어차고 말 게 아니라 이 기회에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는 게 성숙한 자세다. 아무리 기강 단속을 골백번 다짐해도 내부적으로 구성원 자체가 썩어 있으면 말짱 헛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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