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리크 게이트' 배후는 부시?

리비 前부통령 비서실장 "이라크 정보 공개 승인" 폭로 파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누설 사건(리크 게이트)으로 기소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이라크 관련 기밀 정보를 언론에 흘리도록 사전 승인한 사실이 법원에 제출된 검찰의 문서를 통해 드러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리비 전 비서실장은 CIA 요원 발레리 플레임의신분 누설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연방대배심 증언에서 부시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정부의 핵무기 개발 노력에 관한 미 정보당국의 평가서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도록 체니 부통령을 통해 승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검찰 측이 연방법원에 제시한 문서에서 밝혀졌다. 또 리비는 상부의 이러한 사전 승낙에 따라 지난 2003년 7월 8일 주디스 밀러 뉴욕 타임스 기자와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문건에는 부시 대통령이나 체니 부통령이 CIA 비밀요원이었던 플레임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허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리비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기밀정보 공개를 사전에 허락한 것은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일으킨 대 이라크 전쟁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리비는 또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관련 기밀 정보 공개를 허락함으로써 사실상 그 기밀이 해제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함께 리비는 이라크전 내용을 다룬 '공격 계획'을 저술한 워싱턴 포스트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 전 편집부국장에게 기밀정보를 제공토록 한 것도 부시대통령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리크 게이트의 핵심인 전 CIA 요원 밸러리 플레임의 신원을 폭로하도록 인가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고, 리비 전실장도 플레임의 신원을 폭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국가 기밀을 필요에 따라 유출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도의적, 정치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기밀 폭로는 정당한 권한 행사인 반면, 행정부내 고발자, 즉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로 고심 중인 그에 대해 독선적인 정국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가중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장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부시 대통령에게 안보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 대통령의 기밀 폭로 권한 =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의 정·부통령에게 기밀을 해제할 권한, 즉 기밀을 폭로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시·체니 두 사람이 비밀 도청 프로그램이나 해외 중앙정보국(CIA) 테러용의자 수용소 등과 같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기밀이 폭로될 때마다 발설자를 색출해 내라고 엄명을 내려온 사실을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비밀을 해제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체니 부통령도 이러한 권한을 확신해 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두 사람은 민감한 정보가 언론에 누출되는 것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 왔다."고 말했다.

◇ 검찰, 리비 위증 확신 = 위증, 사법방해 등 5가지 연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리비 전 실장은 부시 대통령의 인가를 받아 지난 2003년 7월 8일 밀러 기자와 만나 '국가정보평가'에 대해 정보를 주었지만 자신은 플레임이 CIA 요원인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이로부터 이틀 후인 2003년 7월 10일 전 리비 실장과 만난 NBC의 팀 루서는 "리비로부터 플레임의 신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부시 대통령의 후세인 제거의 구실로 쓰였던 이라크의 핵무기제조를 위한 우라늄 구입설을 반박한 플레임의 남편 조셉 윌슨 전 대사의 주장을 뒤엎기 위해 리비가 부시 대통령의 인가를 받아 기자들에게 기밀 정보를 흘리면서 플레임의 신원을 폭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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