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 최고의 명저들

조선 최고의 명저들/ 신병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조선시대 대일 외교 지침서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 우리 역사 최초의 체계화된 성문헌법 '경국대전'(經國大典), 동방의 마르코 폴로로 불리는 선비 최부의 중국표류견문기 '표해록'(漂海錄), 친필일기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 '난중일기(亂中日記)', 소설로 풀어준 서얼들의 한 '홍길동전', 세계로 열린 최초의 문화백과사전 '지봉유설'(芝峯類說), 실학파 별들이 노닌 거대한 호수 '성호사설'(星湖僿說),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대한 인문지리서 '택리지'(擇里志), 240년 전 청계천 준설공사 기록 '준천사실'(濬川事實),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새 시대의 청사진 '열하일기'(熱河日記), 놀라운 기억력이 돋보이는 궁중문학의 백미 '한중록'(恨中錄), 500년 왕조의 공식 국가기록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국왕의 숨결까지 담아낸 비서들의 일지 '승정원 일기'(承政院日記), 생생한 조선왕실 행사기록 '의궤'(儀軌).

이 책은 독자와 함께 하는 역사물 집필에 주력하고 있는 신병주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의 또 다른 단행본이다. '국보에서 베스트셀러까지, 명저를 알면 조선이 보인다'는 머리말 제목만 보더라도 성격을 알만 하다.

저자는 조선의 명저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아무래도 '택리지'를 꼽아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조선말에 선보인 필사본만 해도 150종 안팎이라는 사실은 당시 조선사람의 열망이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있었음을 실감케 한다.

다만 그 때는 어디가 복 받은 땅인가가 주된 관심이었다면, 요즘은 어디가 비싼땅인가가 중요할 뿐.

'조선 최고의 명저들'은 조선시대사를 전공하고 규장각의 방대한 서책들을 바탕으로 기록문화와 왕실문화를 연구해 온 저자가 조선이라는 나라와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과 선택이 살아있는 책을 기준으로 14권을 선정해 역사학자의 눈으로 풀어헤쳤다.

기행문에서 일기, 문집 그리고 관찬 기록 등. 국보급에서 당대의 베스트셀러까지 시대별 명저의 특징은 물론 명저들이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관점과 맥락, 인물과 사건 등 이야기를 현재적 의미와 시사적인 이슈를 곁들여 입체적이고 생동감있게 소개했다.

글을 좀 읽는다는 사람치고 자신의 글을 남기지 않은 사람이 없던 시대, 그 시대가 우리에게 남겨준 기록유산들, 이 속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추구한 삶의 가치와 역사·문화가 녹아있다. 역사학자의 눈을 따라 명저들의 역사적 배경과 사상을 들여다보노라면, 선조들의 삶과 생각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이끌어간 문화와 사상의 깊이까지 맛볼 수 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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