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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행'…템플스테이 '인기'

지난 6일 저녁 7시 골굴사 내 선무도대학 본관. 문을 살포시 열자 100여 평의 강당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다. 저마다 '반야심경'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예불 시간. 죽비 소리와 함께 부처를 향해 참배가 시작된다. 절하는 모습이 서로 엇갈린다. 한 사람은 유독 절하는 모습이 바쁘다. 마음속으로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 걸까. 죽비 소리와 함께 좌선을 하는 사람들. 잠시 고요가 강당 전체를 감싸 돈다. 3차례의 죽비 치는 소리에 모두 눈을 뜨고 손을 비빈다. 철안 스님은 "손의 기를 모아서 자신의 눈이나 얼굴에 마사지를 해줌으로써 피로를 풀어주고 몸 속 기(氣) 순환을 돕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본격적인 선무도 수련이 펼쳐진다. 여러 가지 몸 풀기 동작을 하더니 강당 한 켠에 줄지어 서서 스님의 몸짓을 따라하며 강당을 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조금씩 세어진다. 처음엔 잘 따라가던 사람들도 차츰 동작이 느려진다. 몸이 못 따라가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도 하나둘 생겨난다. 그러자 스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모두들 그저 한쪽에 몰려있지 말고 쉬운 동작이라도 하며 따라오세요." 기어가는 동작에서부터 훌쩍 뛰는 동작까지. 일반인들이 하기엔 어려운 동작이 이어진다. 하지만 스님들의 고난도 동작만 바라보고 있어도 수련은 수련이다.

이어지는 선 체조. 철안 스님은 모두들 정신이 해이해졌다며 억지를 부린다. "정신, 통일"을 외치며 팔굽혀펴기를 하란다. 픽픽 웃음소리가 나오고 엄숙한 분위기는 한풀 꺾인다.

다음날 새벽 5시. 가까스로 눈을 떴다. 새벽 4시30분에 새벽예불이 있다는데 큰일이다. 눈을 부스스 비비고 헐레벌떡 법당으로 잰걸음을 했다. 법당으로 들어서자 코끝으로 향 내음이 가득히 밀려온다. 모두들 벽을 바라보며 좌선 삼매경에 빠져 있다. 오랫동안 적막이 법당 전체를 사로잡는다. 너무 일찍 깬 탓에 잠이 슬그머니 밀려온다. 꾸벅꾸벅 고개가 자꾸 기울어진다.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정신 집중을 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속수무책.

오전 6시30분 발우공양 시간. 잠시동안의 휴식에 눈을 붙인 탓에 또 지각이다. 모두 빙 둘러앉아 자신의 앞에 놓인 4개의 그릇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과 국, 반찬, 물그릇이다. 너무도 간소한 차림이다. 밥 먹는데 열중할 뿐 한 마디의 이야기도 없이 침묵이 흐른다. 식사를 마치자 숭늉을 얻어 그릇을 씻기 시작한다. 남은 찌꺼기는 남기지 않고 다 마신다. 발우공양은 단순히 식사가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이다.

선광 스님은 "맑은 물은 모으고 찌꺼기를 자신이 먹는 것은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깨끗함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라고 전했다.

발우공양이 끝나자 해는 이미 골굴사를 뚜렷이 비추고 있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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