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모(48)씨는 옷을 살 때 늘 20대인 딸과 동행한다. 그저 같은 백화점이나 아울렛을 가는게 아니라 딸이 사 입는 브랜드와 같은 매장에서 옷을 고른다. 너무 나이를 모르고 사는 것 아니냐는 핀잔에 정씨는 "굳이 40대라고 옷까지 티 내고 다닐 필요 없잖아요? 딸도 입고, 나도 입을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 제품도 많아요."라며 응수한다.
세대를 떠나서 누구나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다. 특히 동안(童顔) 열풍과 함께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올해는 나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른바 '논 에이지'(Non Age) 용품과 소비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올해는 월드컵 열기로 캐주얼 패션이 크게 유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영캐주얼 매장에는 봄 패션 상품을 구입하려는 30~40대 이른바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0여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하는 X-세대 주부들로 기존 어머니 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 개성을 표출하는데 민감하고, 다양한 문화코드를 주저없이 받아들인다. 10대 후반부터 20대에게 인기있는 브랜드 옷을 사 입으며 '나이의 벽'을 무너뜨린다. 유행에 대한 민감도 역시 젊은 세대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패션의류, 영상매체, 신문 등을 통해 최신 정보를 받아들이며 구매력 또한 충분히 갖췄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영캐주얼팀 장혜진 계장은 "시스템과 바닐라B 등의 브랜드는 주타깃층이 20대임에도 불구, 30~40대의 고정고객 비율이 오히려 20대보다 높게 나타나고 이들이 구매하는 단가도 20대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다."며 "이들 고객은 주로 2, 3명씩 짝을 지어 쇼핑을 하며, 유모차를 밀면서 쇼핑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남성도 40~50대의 고객이 허리 라인을 강조한 디자인과 선명한 색상의 재킷을 즐겨 입으며, 바지 디자인도 끝단이 좁아져 날씬하고 키가 커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와이셔츠도 흰색 대신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찾는다.
화장품 코너에서도 논에이지 열풍이 거세다. 종전 20~30대에게 인기있던 수입 브랜드 화장품의 경우 40대 이상 고객층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 선명함과 화려한 색채로 인기 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40대 이상 여성들에게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고객 초청 메이컵 행사, 화장법 강좌에서 40, 50대 고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화장품 코너 관계자는 "40, 50대 고객이라고 해서 주름개선, 미백효과에만 신경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특히 봄이 되면서 반짝이는 아이템과 밝은 색상의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논 에이지' 고객들이 매출에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식품도 마찬가지. 찌개와 한정식만 즐기는 중년층은 이제 옛말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푸드코드의 경우 퓨전 음식과 서양 음식을 즐겨 먹는 40, 50대를 쉽게 볼 수 있다. 동아쇼핑점 푸드갤러리 이석종 과장은 "푸드코드에 자리잡은 40대 이상의 고객들은 메뉴 선택이 최근 들어 훨씬 젊어지고 있다."며 "디저트로 마시는 커피 역시 헤이즐넛, 카페라떼, 카푸치노,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특정 맛을 지목해 구매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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