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돈을 번 화상(畵商)이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생소해 보였다. 그림을 사고 파는 '딜러'는 아무래도 '장사꾼'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토 출신 화상 한 사람이 자신이 취미로 모은 작품을 고스란히 전시한 공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경기도 파주의 문화 마을 '헤이리'의 구삼인물미술관(관장 구삼본·031-948-6677)이 그곳이다.
구삼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인물 미술관이다. 서울 청담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구 관장이 지난 1990년도부터 꾸준히 수집해 온 인물 관련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 감정가 2억 원에 가까운 한국 유일의 내시 영정과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고종 황제의 어진, 역대 대통령과 재야인사들, 히딩크, 이주일, 나훈아 등 인물 초상만해도 1천여 점에 이른다.
이들 작품은 3층으로 돼 있는 미술관의 9개의 전시실에 테마별로 나눠져 있다. 1층과 2층에는 중국 명청시대 초상화실, 조선시대 초상화실, 에로틱 아트실이 자리를 잡고 있고 3층에는 현대인물실, 누드화실 등이 있다. 2층 에로틱실에서는 일반인들이 좀체 접하기 어려운 일본과 중국, 조선시대 춘화 등이 전시돼 있다. 물론 미성년자는 관람 불가지만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춘화도 볼 수 있다. 또 3층 누드화실에는 이원희(계명대 교수), 김일해, 손일봉 화가 등 향토 출신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해놓고 있다.
화상으로 돈도 벌 만큼 벌었지만 미술관에 대한 구 관장의 애정은 더욱 애틋하다. 미술관 이름도 자신의 이름과 초상화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1993년도에서 힌트를 얻어 지었다.
680평의 부지에도 전시관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갖춰놨다. 본관 외에도 갤러리와 카페, 야외공연장을 갖춘 별관, 서울 명륜동에서 옮겨온 한옥 펜션(구삼재)까지 '종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미술관을 지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의 맛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모토를 세웠다고 한다. 고향이 경북 군위인 그는 "군위에 요즘 문화원을 짓고 있는데 작품을 가져다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