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경제위기론' 깰 단서확보에 주력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기아차 사장의 소환이 임박해지면서 검찰과 현대차의 물밑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그룹의 비리를 입증할 증거를 마지막 하나까지 찾아내 정 회장부자를 압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현대차 그룹은 다른 재벌 수사와 형평성, 기업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는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공세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검찰의 칼이 정 회장부자까지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 檢 "이번엔 다르다" = 검찰은 8일 새벽 귀국한 정 회장 부자를 이번주 안에는 부르지 않겠다며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정 회장 소환에 앞서 지난달 현대차 그룹과 글로비스, 현대오토넷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꼼꼼히 분석하며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현재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현대오토넷 수사를 최종 승부처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토넷은 현대차에 인수될 당시 헐값매입 논란이 제기됐고, 본텍과 합병 과정에서 본텍의 주식 가치를 턱없이 높게 산정해 정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의 가치를 부풀려 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이일장 전무(전 현대오토넷 사장)와 주영섭 현대오토넷 현 사장을 조사해 이런 의혹들을 규명해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밝혀낼 경우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된 비리를 확정짓는 물증과 진술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글로비스의 이주은(구속) 사장이 현대차 비자금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면 이일장 사장 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 인수합병에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현대차 '경영위기론' 부각 = 현대차그룹은 이번 수사로 기업 경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음을 부각시키면서 '선의의 피해자'임을 내비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아차는 이달 26일로 예정된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내달 중순으로연기했고 각종 신차발표회와 해외 업무 협력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비리 의혹의 '정점'인 정 회장은 일단 모든 비리 의혹에 대해 "몰랐다"고 버티도록 해 총수 일가가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소문도 검찰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김앤장과 태평양 등 굴지의 법무법인 변호사들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자문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의 비리를 확정짓는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한다면 현대차의'경제위기론' 등 대응논리를 단박에 뒤집을 수 있다고 보고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집중하고 있다.

한편 검찰 안팎에서는 재벌을 수사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로 여론의 질타를받았던 검찰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이 그룹 차원의 비리를 확실한 내부제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해 성과를 거뒀고 압수물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만큼 물러서거나 봐 줄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과거 다른 대기업과 현대차 수사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며 정 회장 부자를 직접 겨냥해 압박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점도 이같은 변화를 감지하게하는 요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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