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론스타 검은머리 외국인' 진위 가린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과 재매각은 과연 '검은머리 외국인(黑髮外人)'이 짜놓은 각본에 따른 것일까.

외환은행 헐값 매각 문제가 뒤늦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검찰과 정치권, 금융계 주변에서 갖가지 설(說)과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감사원과 함께 2003년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팔리는 과정의 여러 의혹을 본격 수사키로 함에 따라 시중에 떠도는 이런 루머도 조만간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소문은 '검은 머리 외국인'의 배후 조종설.

'검은 머리 외국인'이 모처에서 조성된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을 론스타에 투자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했다는 게 이런추측의 골격이다.

이 과정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이 수월하도록 제3자를 통해 관련 기관에 대한 로비를 계획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그럴 듯하게 나돌고 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배후조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한나라당 엄호성·이한구 의원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한 재경위의 문서검증보고서를 채택한 금년 2월부터다.

당시 엄 의원 등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검은 머리' 외국인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있다. 한국인의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 단기차익을 노리고 다시 론스타펀드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검찰 조사를 통해 자금의 출처를 역추적해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유력 인사였던 P씨의 친척인 재미교포 A씨가 외환은행 매각 작업에 깊숙히 개입해 배후에서 조종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주장도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즈음해 김재록씨 등과 더불어 위상이 급부상한 A씨가 P씨 등의 지원을 받아 정권 실세와 친분을 쌓으며 외환은행 매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이 소문의 내용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정권의 고위 실세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어느 것 하나 똑부러진 근거는 없다는 게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의 공통점이다.

이런 추측들은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의 고위 관료들을 겨냥한 것들이 많아'민주당 죽이기'를 위해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같은 의혹들이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소설' 수준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근거와 논리를 갖고 있는 '의혹 제기'인지는 검찰 수사가 끝나야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