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는 거인왕국 여행길에서 썩어 빠진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사를 만난다.
그 의사가 제안한 국회의원 치료법은 조금은 황당하지만 이런 식이다. 일단 국회가 열리면 최소한 3일간 내과 의사들이 반드시 의사당에 같이 참석해서 그날그날 회의가 끝날 때마다 모든 의원들의 맥박을 재고 회의 기간 중 어떤 질병이 생겼는지를 진료한 뒤 처방을 준비시킨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의원들이 의석에 앉기전에 신경안정제, 강심제, 각성제 등을 증상에 맞게 먹이고 보청기도 나눠 준다.
그 의사는 걸리버에게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방법을 쓰면 안건 처리가 매우 유용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신경안정제는 고함질이나 싸움으로 허비하는 토론 시간을 줄이고 발언을 한 번도 안 하는 소심한 의원에게는 강심제 처방으로 입을 열게 해 주고 앉아서 조는 의원들은 각성제로 깨워 주며 근육 이완제는 젊은 의원들의 조급한 성질을 누그러뜨려 주고 보청기는 상대당 의원 발언을 안 듣는 의원들의 귀를 열어 줘서 만장일치가 쉽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괴짜 의사는 또 거인왕국 각료들의 정직성과 업무 능력이 형편없다는 백성들의 불평을 막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장관이 제가 한 말을 잊어 버리거나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일이 없도록 백성이 총리'장관의 배를 걷어차거나 양쪽 귀를 세 번씩 잡아당길 수 있게 하고 민원이 확실히 해결될 때까지 같은 동작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걸리버가 지금의 한국을 여행하러 왔다면 우리 정치권과 일부 정부 각료들의 모습에서 거인왕국 괴짜의사의 처방을 떠올릴 것 같다. 국회를 보자. 야당의원의 성희롱 사건 하나만 해도 빤한 의석수로 계산해 보면 엇갈리는 찬반표 숫자의 내막이 뻔한 데도 서로 네 탓이라 우기며 싸웠다.
거인왕국의 의사라면 어떤 약을 먹이려 할까.
일부 각료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장관은 영어마을에 대해 처음에는 잘했다고 칭찬하고 뒤에는 그만 만들라고 했다.
추기경은 영어마을을 둘러보고 첫마디에 '훌륭한 일을 했다'는데 장관은 왜 한 입으로 딴소리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거인왕국 같았으면 배를 걷어차였든지 귀를 잡아당길 뻔했다.
더 낯 뜨겁고 황당한 일은 한나라당 일색인 우리지역 정치권의 추태다.
그렇잖아도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시장은 고개 까딱까딱하는 (당선사례) 연습만 하면 되고 도지사는 두 손 들고 흔드는 연습만 하면 끝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판이다.
한나라 공천=당선이란 지역 정서의 등식을 비꼰 비유다.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비꼬인 등식을 믿고 간 크게 공천 금품 수수 의혹을 뿌리고 있는 지역 한나라당은 시민들에게 귀 당기고 배 차이기 딱 맞다. 솔직히 한나라당 모종 심듯 뽑아 놓은 지역 국회의원들 중 지금껏 지역 경제 회생이나 고용인구 증대'외자 유치'문화 인프라 확대'부채 감액 등 눈에 띌 만한 실적을 이끌어 낸 의원이 몇이나 되는지도 성찰해 봐야 한다.
당장 이번 선거부터 한나라라는 당 이름과 기호와 깃발은 깨끗이 머리 속에서 씻어 내고 백지 위에서 인물을 떠올리는 선거를 해 보자. 우리당'국민중심당'무소속 일색이 되든 또다시 찍고 보니 한나라 일색이 됐더라는 식이든 일단 이번 투표에서 '한나라'라는 단어는 싹 잊어 버리고 사람 중심으로 찍는 투표를 해 보자는 뜻이다.
이제 대구'경북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부활해야 한다. 한나라가 제 정신 차리고 부활시키든지 끝까지 그런 재주 없으면 다른 팀에게 넘겨야 한다. 걸리버가 대구에 여행왔을 때 아직도 거인왕국의 괴짜의사가 필요하겠다고 여겨지면 우리 대구는 계속 희망 없는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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