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내부자 고발

누가 찔렀을까. 재계 2위를 한 방에 보내려 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재벌 회장 흉내를 내 미국행을 택했다 스타일만 구긴 정몽구 회장은 알고 있을까. 세상은 정 회장 부자의 운명 못지않게 내부 고발자의 정체에 온통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검찰도 '내부 제보'라 했고, 실제로 50억 원 비밀 금고의 존재와 세밀한 경영 내막은 내부자만이 알 내용들이다. 그래서 전'현직 인사 불만자의 소행이라는 게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자연히 정 회장의 '럭비공 인사 스타일'이 화제다. 어떤 계열사는 대표이사가 반년 만에 세 번이나 바뀌고, 지난해 현대차 사장급 인사는 대여섯 번 있었다니, 파리 목숨도 그보다 낫지 싶다. 약삭빠른 다른 재벌들이 임원들 입이 두려워 퇴직 후에도 애프터서비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 황제 스타일이 IMF를 딛고 오늘의 현대차를 '넥스트 도요타'로 키운 측면도 있겠지만 수많은 내부의 적을 양산했음은 불문가지다.

○…그의 외아들 정의선(36) 사장은 어떤가. 1999년 현대차 이사로 입사한 이후 2001년 상무, 2002년 전무, 2003년 부사장, 2003년 기아자동차 사장,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가도를 질주했다. 매년 한 단계씩 계급을 올려 후계자 포석을 쌓았다. 그런 아들이 갖고 있는 기아차 지분은 고작 3%에도 못 미치는 정도다.

○…내부 고발은 정도를 벗은 무리수가 토양이다. 닉슨의 불법 도청을 터뜨린 워터게이트 사건, 황우석 교수의 몰락, 2001년 SK 최태원 회장 구속은 불법과 이탈을 견디지 못한 내부자의 용기에서 비롯했다. 동시에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내부 제보자를 딥 스로트(Deep Throat) 또는 호루라기 부는 사람(Whistle Blower)이라 칭하며 정의감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부패방지법에 내부고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고발 자체를 배신이나 배은망덕 따위로 여겨 여전히 음습한 고자질로 치부하는 풍토다. 양심 있는 행동으로 여기는 외국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가 접수한 공공기관 내 부패 행위 신고 가운데 내부 고발이 40%이고 이 중 97%가 사실이라는 점은 달라지는 세태를 실감케 한다. 사회적 정의가 조직에 대한 충성을 앞지르는 열린 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좌인가.

김성규 논설위원 woosa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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