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급화·연구개발…중소병원 '살아남기' 안간힘

'망하는 병원'이 생겨나면서 살아남기 위해 '고급화된 인테리어와 친절공세'를 퍼붓던 대구시내 중소병원이 이제는'R&D(연구개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대학병원이나 이들 병원 교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의료 신기술 관련 세미나는 물론 해외유명 의학잡지 논문기고를 요즘은 중소병원 및 개인의원 의사들까지 앞다퉈 하고 있는 것.

의약분업 이후 개원하는 병·의원이 급증한데다 코앞에 닥친 의료시장 및 의료광고 전면개방과 해외 영리법인 허용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은 중소병원과 개인의원들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대구 서구 열린큰병원. 이 곳은 지난 7일과 8일 병원강당에서 인공슬관절 수술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서울아산병원 조우신 교수와 경북대 의대 경희수 교수 등 관절 분야 유명 전문의를 초청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연에 이어 인공슬관절 최신수술법을 활용한 공개수술도 선보였다.

이 병원 성광경 사무국장은 "그동안 대학병원에서만 했던 최신수술법에 관한 의료 세미나를 중소병원급에서 한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의료시장 및 의료광고 전면개방 등을 앞두고 이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인식을 의사세계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으면, 앞으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많은 중소병원들이 세미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중구 삼성안과병원은 병원건물에 아예 세미나실을 갖춰 놓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정기 세미나와 학회를 열고 있다.

이 병원 이승현 원장은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의료광고 허용 등 앞으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의료시장에서 환자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라며, "국내 세미나를 여는 것은 물론 해외세미나 참석을 위해 병원문을 닫는 개인의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그동안 환자진료로 연구를 소홀히 했던 개인 병·의원 원장들이 퇴근후 시간을 쪼개 신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를 통해 앞다퉈 논문을 해외 유명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열린큰병원 엄대섭 원장은 최근 독일 유명 의학잡지인 '오르소피딕스(Orthopedics)' 9월호에 자신이 그동안 연구했던 '항법추적장치를 활용한 최소침습 인공슬관절수술의 무수혈 시술법' 논문이 실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또 미국 보건부가 전세계 권위있는 의학잡지에 발표된 논문을 추려서 등재하는 메디라인 리스트에도 오르는 영광까지 안게 됐다.

대구에서 개원중인 신경과전문의 오희종 원장도 '새 어지럼증 진단법'을 개발, 세계적인 임상 신경학 권위잡지인 '뉴롤로지(Neurology)' 지난 3월호에 실렸다.

오 원장은 "앞으로 의료광고가 전면 허용될 경우 외국 유명저널에 논문이 실린 사실은 고객에게 홍보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차별화된 의료광고 소재가 될 수 있다."면서 "가만히 앉아서 진료만 하는 의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의료환경이 도래, 개인 병·의원 의사들의 꾸준한 역량 개발은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시 의사회 김해수 사무국장은 "그동안 대학병원들 전유물이었던 자체 세미나를 열거나 해외 유명 잡지에 논문을 싣는 것에 대해 요즘 중소병원과 개인의원들이 앞다퉈 나서는 것은 곧 닥칠 의료시장 및 의료광고 개방을 대비한 전문분야 경쟁력 및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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