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 일기] 이 선생의 탄식과 기대

이 선생님!

아이들이 남아 있어 일찍 나오기가 어렵더라며 밤 10시가 넘어 만난 호프집에서 그러셨죠. '교사 자신들이 교육을 팽겨쳐 놓고서는 아이들만 탓한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 출발점이 어디겠습니까? 어떤 수준의 학생인지, 어떤 흥미나 적성을 가진 학생인지, 성격적 특성은 어떠한지,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는 일이겠지요.

그런데도, 교사 자신의 기준으로 '이 정도도 모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라며, 수업 중 잠을 자도 내버려두고, 늦게 오거나 일찍 가거나 무관심하게 대하고 계시는 분들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한다고 하셨지요?

지각한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리는데 감사와 행복의 표정을 짓더라고 하셨죠. '얼마나 방치해 두었으면 그런 기본적인 관심에 고마워하겠습니까?'라고 제게 물으셨지요. '수업 시간에 다 자죠?'라고 물어오는 동료에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죠. 그 아이들을 자게 만든 사람이 본인임을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하셨죠.

이런 이야기도 하셨지요? 성취 수준이 괜찮은(?)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니 교사의 지도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구요. 그 교사가 전보되어 성취 수준이 낮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고민하지 않고 가르쳤구요. 학생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책상에 엎어져 자게 됩니다. 그런데도 교사는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서 가르칠 수 없다.'고 하며 교육 포기(?)에 가까운 태도를 취한다는 말씀 말입니다.

'우리를 위해?'라는 학생들의 물음에 떳떳해질 수 있고, 당당해 질 수 있는 동료 교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 백화점 개점 시 직원들이 도열해서 고객을 맞이하듯, 모든 선생님들이 아침 일찍 교문에서 교육 고객인 우리 학생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말씀하셨지요.

그러면서도 희망의 말씀을 빼놓지 않으셨죠. 화나게 하는 동료교사보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동료교사가 더 많다는 말씀을 말입니다.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