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고민 해결사] 읽기 속도 너무 느려 고민

문 : 평소 공부할 때 다른 친구들보다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고3 재학생입니다. 특히 모의고사를 칠 때 언어영역에서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마지막 한 두 지문을 다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읽기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답 : 일이든 공부든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룰 때 생산성은 극대화됩니다. 빠름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그 속에 느림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느림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 즉시 속도를 낼 수 있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음미와 여유가 없는 속도는 무모하며, 결국에 가서는 일을 크게 그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지금 속도가 미덕이라고 착각하는 사회에서 뒤쳐질까 안달하며 거름 지고 장에 가듯이 유행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속의 체증 속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시간이라는 기차에서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앉아서 성급한 진보에 몸을 내맡긴 많은 사람들은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도 바람이 얼굴에 심하게 부딪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달리고 있는 진보라는 기차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앉아 있으면 창문을 연 채 갈 수 있다.'라는 칼하인츠 A. 가이슬러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맹목적으로 속도를 추종하다 보면 치명적인 바람을 맞기가 쉽습니다.

과목의 특성에 따라서 공부나 문제풀이의 속도를 달리해야 합니다. 혼자서 수학 공부를 하면 한 시간에 다섯 문제도 못 풀지만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으면 스무 문제를 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문제를 가지고 이십분을 생각하는 학생이 궁극에 가서는 이기게 됩니다. 얼핏 보면 느린 것 같지만 혼자서 고심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배양되고 인내심과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자라나게 됩니다.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적정 속도를 유지할 때 문장과 문장의 유기적인 관계가 제대로 파악되고 그 글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나 정서가 더 잘 느껴집니다. 현행 언어영역 시험에서는 수험생의 언어 감각, 직관력, 상상력에 바탕한 작품 감상능력을 중시하는 문항들이 많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항이 출제되는 지문은 적정 속도로 읽어 내려갈 때 그 전체 내용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평소 교과서를 공부할 때 한 과 전체를 몇 차례 빠른 속도로 통독하고 나서 글의 짜임새나 어휘 등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부터 문장을 쪼개나가면서 분석적으로 독서를 하면 책읽기의 재미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이해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앞으로는 평소보다 조금 빨리 지문을 읽는 연습을 하십시오. 속도와 긴장이 유지될 때 다른 잡생각이 스며들 여지가 줄어들고 앞뒤 연결이 더 잘 됩니다.

시험을 칠 때 1교시 시작 전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도록 노력하십시오. 극도로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태에서는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고 머리만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 예상보다 어렵다고 느껴질 때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부딪혀 보십시오. 자신감을 가지고 지문을 읽으면 내용 파악이 더 잘 되고 정답을 찾을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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