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야, 봄도 점점 깊어가는구나. 볼 것이 많다 하여 '봄'이라고 한다는데, 너는 무엇을 보았니?
아기 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옆으로 비켜 앉는 것은 그 자리에 아기의 아랫니처럼 금방 쏘옥 올라오는 잎눈이 발바닥을 간지르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정말일까? 꽃잎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하늘 하나가 열린다고 하던데 그건 또 무슨 뜻이지? 그리고 개나리는 눈이 밝아 캄캄한 땅속에서 노랑색만 뽑아 올려 꽃을 피웠다고 하던데 정말 개나리에게 눈이 있다는 것인가?
얘야, 아름다운 봄이 되니 정말 볼 것이 많구나.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네.
한 나그네가 길을 떠났단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늘 투덜거리는 사람이었지. 그 나그네는 어느 산비탈에 이르렀단다. 그곳에서는 절을 짓고 있었지.
나그네는 그 곳에서 석수장이 세 사람이 돌을 다듬고 있는 것을 보았단다.
나그네가 첫 번째 석수장이에게 물었지.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그러자 첫 번째 석수장이는 아무렇게나 망치질을 하면서 심드렁하게 대답하였대.
"보면 모르겠소? 돌이나 다듬고 있지 않소?"
나그네는 두 번째 석수장이에게도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단다.
"먹고살자니 어쩌겠소? 돌이라도 다듬어야지!"
두 번째 석수장이도 건성으로 대답하였단다.
실망을 한 나그네는 마지막으로 가장 비탈진 곳에서 힘들게 돌을 다듬고 있는 세 번째 석수장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단다.
"네, 저는 지금 우리 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주춧돌부터 정성이 들어가야 아름다운 작품이 되지 않겠습니까?"
세 번 째 석수장이는 웃는 얼굴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하였단다.
그 제서야 나그네는 비로소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지.
"아, 그래! 바로 이것이야!"
나그네는 무릎을 쳤지. 그리고는 자신보다 더 누추한 차림에, 나이도 더 어린 세 번째 석수장이에게 절을 하고는 오던 길을 되돌아갔단다.
이 나그네는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이 나그네는 그 뒤 어떤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꿋꿋이 헤쳐나가 마침내 성공하게 되었단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흔히 '~나'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더구나. 예를 들면 '시집이나 가버릴까?' 혹은 '장사나 할까?' 등과 같은 말이 그것이지. 그런 말 대신 '시집도 가고, 장사도 하고…….'라고 말하면 훨씬 더 귀하게 여겨지지 않니? 이와 같이 우리는 '~나'라는 말보다는 '~도'라는 말을 많이 써야 할 것 같구나.
'돌이나 다듬는다.'는 첫 번째 석수장이보다는 같은 돌을 다듬으면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을 짓고 있다.'는 세 번째 석수장이의 말은 얼마나 지혜로우며, 통쾌하느냐?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는 바로 이와 같이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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