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같은 책을 몇 번이나 읽고 있었다. 습관이 된 일이라고 넘기기엔 너무 재미있어했다. 딸아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슬그머니 책을 집었다. 제가 좋아하는 과학이나 이야기책인가 했는데 제목이 좀 달랐다. '송화네 산골일기'라는 삐뚤삐뚤한 글씨가 대번 눈에 들어왔다.
책을 펼치니 초등학생의 솜씨 같은 그림이 정겹다.(사실은 화가인 송화의 엄마 류준화씨가 그린 것이다.) 요즘은 흔해진 어느 귀농가족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마을이 배경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 찾아보니 송화의 아버지 송성일 씨와 송화네 가족 이야기는 매일신문에 몇 차례 실렸다. 금세 친숙하게 와닿았다.
책은 송화네 가족이 산골 마을 비나리로 내려간 첫 해 동안 지낸 이야기를 계절에 따라 순서대로 담았다. 송화의 입을 빌려 아빠인 송 씨가 썼다. 그는 "산골생활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지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시 사람과 산골 사람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라고.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농촌에서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겠다고 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외가나 작은 할아버지 댁에 갔던 기억을 애써 떠올려 송화의 이야기에 꿰었으리라. 이 책으로 그저 TV에 나오는, 여행길에 만나는 농촌이나 산골 정도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면 다행이리라 싶었다. 농촌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최고의 교과서이고, 이 책은 그에 충실하고 있으니.
농촌의 삶이 늘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그래서 살갑게 다가온다. 수확 직전에 폭우에 호수로 변한 수박밭을 보며 가슴 치는 동네 할아버지나 빚에 쪼들려 야반도주한 영옥이네…. 그런 아픔 속에서 찾아내는 희망들도 정겹다. 생활과 사람들과 자연 곳곳에서 용하게도 희망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리들을 보여준다.
딸아이와 함께 매일신문에 났던 기사들을 쭉 읽었다. 엉뚱하게도 지난해 나간 봉화 이나리강 래프팅 기사에 송성일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마을 총무라서 연락하면 민박을 소개해 준단다. 벌써 토박이가 돼 가는 듯하다. 조만간 딸아이와 함께 책 속에서 본 그림들의 현장을 찾아가봐야 할까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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