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자입찰제도가 브로커들에 농락 당해온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공정성을 높이고 신속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실시해온 전자입찰제도가 브로커들의 교묘한 수법에 무력화되고 그들의 배를 불리는 편리한 도구가 되어 왔던 것이다.
대구지검 발표에 따르면 전국조직을 가진 브로커들은 관급공사 전자 입찰 때 빌리거나 공유한 전자인증서를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낙찰확률을 높여 공사를 사실상 독식해왔다고 한다. 2003년부터 2개 조직 6명의 브로커가 낙찰 받은 공사는 모두 1천여 건에 1천50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이 챙긴 수수료만도 30억 원대에 달했다. 브로커들은 서로 인증서를 공유하면서 동일 지역 브로커의 인증서를 이용할 경우 공사금액의 2-3%, 다른 지역 브로커의 인증서를 이용할 경우는 공사금액의 17-20%를 수수료로 공제해 왔다. 공사금액의 상당부분을 브로커들이 챙겨감으로써 부실공사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들 브로커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공사를 싹쓸이하다시피 함으로써 선량한 업체들도 이들과 결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혼자 공정하게 전자입찰에 응찰해봐야 공사를 딸 수가 없는 것이다.
브로커들이 법에도 없는 입찰 대행사 노릇을 하면서 정부의 전자입찰제도를 농락해 왔는데 조달청 등 해당기관은 몰랐단 말인가. 수년동안 관급공사를 쥐락펴락 하면서 전국의 입찰 풍토를 뒤흔들어 놓았는데도 건교부 등 관계기관은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공인인증서로 전산망에 접속하면 접속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없다고 하지만 입찰 양태를 조금만 유의해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전자시스템도 결국은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고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다. 해당기관의 근무태만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악용하려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고 아무리 빈틈없는 제도라도 범죄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전자시스템에 대한 보안과 부정사용 여부를 항상 꼼꼼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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