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민 협박해 돈 뜯은 40대 경찰에 붙잡혀

"형사님들, 김 씨가 더 이상 우리 동네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주세요'

11일 오전 9시 영덕경찰서 강력팀. 노인들을 상대로 파렴치 행각을 벌여온 김모(45·축산면)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어민들의 전화가 강력팀에 빗발쳤다. 전화를 건 어민들은 대부분 60, 70대의 노인들로 축산면 일대에서 오징어 할복작업을 하는 노인들. 이들은 오징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며 푼돈을 벌고 있었다.

그러나 10여 년전 이 마을에 사는 김모(45) 씨로 인해 평화가 깨졌다. 김씨는 노인들이 오징어 할복 후 폐수를 무단으로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노인들은 김 씨가 신고할까 두려워 10년 동안 신고도 못하고 요구하는대로 돈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 씨가 마을 노인들에게 뜯어간 돈은 5만~30만 원씩으로 지난 3월까지 무려 7천여만 원에 달했다. 김 씨는 노인들로부터 오징어상자까지 빼앗아 팔아먹기도 했다. 김 씨의 이런 파렴치에도 노인들은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못냈다.

그러나 김 씨의 범행도 오래가지 않았다. 마을의 흉흉한 소문을 듣고 형사들이 노인들을 안심시킨 끝에 마침내 김 씨를 검거했다. 영덕경찰서는 11일 오징어 내장 가공업체와 어민 등을 협박, 1억여 원 상당을 가로챈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오징어가공업체와 내장납품계약을 맺고 계약금 3천만 원을 받아 챙기고 납품을 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영덕·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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