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느님… 정말 죽는 건가요?"…9.11 희생자 목소리 공개

"너무, 너무 더워요. 죽는 건가요? 정말로, 죽는가요…." 9·11 테러 공범으로 미국에서 유일하게 기소된 자카리아스 무사위(37)의 사형평결 여부를 결정하는 10일 공판에서 공개된 '희생자들의 목소리'에서 한 여성은 2001년 당시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며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테러범들이 공중납치한 여객기로 공격해 폭삭 주저앉은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건물 가운데 한 건물 83층에 있던 당시 34세의 멜리사 도이였다. 신을 찾으며 너무 덥다는 외마디만 뇌이며 구조를 요청했으나 모든 게 허사였다.

99층의 한 사무실에서 황망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은 보험중개회사의 부사장 케빈 코스그로브는 110층짜리 WTC 건물이 붕괴되는 바로 그 시각(9월 11일 오전 9시 58분), 전화기를 붙들고 "오 마이 갓(맙소사) 아아아…."라는 안타까운 목소리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법정에 모여든 희생자 가족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15명의 증인들이 가져온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다시 이어진다. 리 핸슨(73) 씨는 아들 피터와 며느리 수 킴, 그리고 불과 2년 반을 살다 저주의 테러에 당한 손녀딸 크리스틴을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다. 테러 당일 아들 가족들은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아들 피터는 "그(테러범)들이 이 여객기를 빌딩에 충돌시키려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도 "걱정 마세요. 아버지"라고 아버지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핸슨 씨는 아들과 얘기하던 중 "갑자기 아들의 말이 끝이 나더니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이라고 탄식하는 소리만이 들려왔지요."라고 넋을 잃었다. 그는 그 뒤 TV를 통해 아들 가족이 타고 있는 여객기가 WTC 빌딩으로 돌진하는 장면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손녀 크리스틴은 3천 명에 육박하는 당시 희생자 가운데 가장 어린 영혼이었다.

남편을 잃은 메리 엘렌 살라몬(42)은 세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남편 존 패트릭이 WTC 104층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 건 전화에서 "그가 죽기 전에 필사적으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눈물을 떨구었다.

또 그날 WTC 건물을 탈출한 사람들의 얘기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테러범들이 건물로 돌진한 여객기의 연료가 타면서 폐와 기관지가 손상돼 숨 쉴 때마다 고통을 겪고 있는 해리 웨이저도 증언대에 서서 그날의 참상을 상기했다.

한편 남성 9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사흘간의 논의 끝에 사형평결을 내렸으며 곧 이어 무사위에 대해 사형을 집행할지 아니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할지에 대한 재판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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