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들아! 엄마·아빠 한번 불러나 보렴"…미토콘드리아뇌증 7세 유명일군

일곱 살 난 아들(유명일)을 들쳐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 최은희(가명·38·경북 구미시) 씨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고개를 돌려 '명일아, 춥니?'라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뿐이다. 최 씨는 행여 명일이가 눈치챌까봐 눈물을 삼키며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명일이는 '미토콘드리아뇌증'을 앓고 있다. 네 살 되던 해 온몸에 경련을 일으켜 찾은 병원에서 내린 진단이다. 뇌성마비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희귀병으로 날이 갈수록 증세는 악화된단다.

최 씨는 보다 일찍 명일이를 병원에 데려오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 사실 명일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마도 늦게 배우고 대소변도 늦게 가렸다. 하지만 힘겨운 일상에 쫓기듯 살다 보니 병원에 데려가 보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

"성주에서 남의 밭을 빌려 참외농사를 했어요. 가진 것 없는 형편에다 농사일에 바쁘다 보니 우리 부부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엄마 잘못 만난 탓 아니겠어요?"

현재 명일이의 몸무게는 15㎏ 정도. 만지면 부러질 것만 같은 가냘픈 몸이다. 명일이는 항상 옆을 지키는 최 씨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오른쪽 팔만 겨우 움직일 정도지만 혼자 숟가락조차 들 수 없는 지경.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 항상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와 달리 이젠 '엄마', '아빠' 등 간단한 말조차 하지 못한다. 대신 명일이 목에선 가래 끓는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제대로 표현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명일이를 보면서 최 씨는 한동안 명일이 곁을 떠났던 일이 후회스럽다.

"너무 힘들어 약을 먹고 죽으려고도 해봤고 2년 동안 집을 떠나 홀로 지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아들 곁으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돌팔매질을 당해도 싸지요. 어떻게든 아이 옆에 붙어 있으면서 병을 고쳐줬어야 했는데…."

함께 살면서 하나뿐인 손자를 보는 것이 낙이었던 명일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운을 잃었다.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병을 앓고 있는 손자를 지켜보면서 우울증, 위장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낡은 한옥. 편하게 지내게 하고 싶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은 현실이 서글펐을 터.

명일이는 한번 병원을 찾았다 하면 1, 2주 입원하는 것은 보통이다. 명일이 누나(8)는 틈만 나면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최 씨를 찾는다. 그런 딸이 안타깝지만 최 씨 말고는 명일이 곁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

"명일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매일 전화를 걸어 '명일이만 사랑하냐', '빨리 안 오냐'고 투정을 부려요. 한참 엄마 손을 타야 될 때지만 어쩔 수 없네요. 능력 없는 저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할 뿐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인데 명일이가 희귀병을 앓으면서 주머니 사정은 더욱 빠듯해졌다. 1t 화물트럭을 몰면서 참외를 배달하러 다니는 남편(36)이 한 달 내내 일해 100여만 원을 벌어 와도 명일이 치료비를 대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다.

최 씨는 '명일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냐.'고 의사들에게 캐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다. 하늘만이 안단다. 다만 부모가 애쓰는 만큼 아이도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답답한 말이지만 그 속에서 최 씨는 희망을 찾는다.

"사람 목숨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게다가 제겐 언제나 착실한 남편, 마음 여린 시부모님, 귀여운 딸이 있으니까 힘을 내야지요. 이젠 포기하지 않을래요. 아들 하나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생각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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