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온통 붉은색으로 꾸며진 대구 동성로 한 화장품 매장. 한 여성 고객은 "야릇한 흥분감을 느끼게 된다."며 "인상이 워낙 강렬한 탓에 길을 가다가도 왠지 들어가고 싶고, 또 사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초록색으로 매장을 도배한 한 분식점 주인은 "고객들이 가게 이름은 잘 기억 못해도 '초록색 가게'이라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색(色)으로 승부하는 '컬러 마케팅'이 뜨고 있다. 브랜드뿐 아니라 거리 매장에서도 특정 색깔을 정해 매장 전체를 꾸밈으로써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화장품 매장은 강렬한 붉은색을, 분식점은 신선한 느낌을 주는 초록색이나 입맛을 돋우는 노란색을 선호한다. 컬러 마케팅의 시초는 1920년대 미국 파커사가 만든 만년필에서 시작됐다. 당시 만년필은 남성 전유물. 때문에 검은색이나 갈색이 주를 이뤘지만 차츰 여성 고객이 늘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하게 붉은색 만년필을 생산했다. 붉은색 만년필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최근엔 붉은색 노트북, 진한 자두색 자동차 등 과감한 컬러 마케팅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직수입 브랜드 '핫키스' 매장은 흰색 바탕에 유혹적인 붉은색의 입술 모양으로 대변되는 로고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화장품 전문 브랜드 '더 페이스 샵'은 매장 전체를 흰색 톤으로 꾸며 순수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매장의 벽면은 물론 집기까지 화이트로 꾸며 깔끔하고 순수한 브랜드 이미지와 자연주의적 느낌을 살린다는 것. 남성 매장의 '바쏘' 브랜드는 검은색 마감재료로 매장 상단 부분을 장식하고, 가운데에 'BASSO'라는 영문을 흰색으로 강조했다.
동아백화점 전략마케팅 권희진 대리는 "최근 들어 상품 자체에 대한 개별 이미지에서 벗어나 브랜드 전체가 통일화된 이미지를 나타내는 추세"라며 "고객들은 뭔가 특별한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컬러 마케팅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베네통'. 멀리서 봐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들로 가득하다. 롯데백화점 '에고이스트' 매장은 '황금색'으로 대표된다. 매장 집기는 물론 피팅룸까지 황금색으로 장식해 고급스럽고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 고객들이 상류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로맨틱한 공주풍 디자인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안나수이'의 대표 색상은 고급스런 검정색과 어두운 보라색. 매장 직원들의 유니폼에도 같은 색을 적용했다.
아동복도 컬러 마케팅에서 예외일 수 없다.
대백 프라자점 '모크 베이비'는 아동복에 흔하지 않은 고급스런 검은색과 흰색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황우교 과장은 "소비자는 구매를 결정할 때 오감 중 시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80% 이상"이라며 "어떤 색깔로 고객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색깔로 승부하기는 과일도 마찬가지.
대구백화점 본점 및 프라자점은 16일까지 한국형 건강 컬러식단을 제안하는 '형형색색! 건강 5컬러 캠페인 제안전'을 연다. 오렌지·파인애플 등의 노란색, 키위·배추 등의 초록색, 토마토·사과 등의 빨간색, 포도·가지 등의 보라색, 참외·마늘 등의 흰색 등 5가지 컬러 과일을 선보이는 것. 백화점 관계자는 "여러 색채의 과일을 한데 섞어 진열하는 것보다 색깔별로 구분할 때 매출 상승 효과도 크다."며 "이제 컬러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