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 300인 이상 업체의 경우 상시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시행중이지만 이를 지키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위반한 업체는 대구·경북지역에서 95개로 부담금은 43억 원에 이른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채용하기 보다 차라리 부담금을 물겠다."는 업체들이 아직은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장애인 채용에 더 적극적이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은 전체 직원의 40%가 장애인이어서 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장애인도 고급인력
지난 12일 경북 성주군 월항농공단지에 있는 목화표장갑.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목장갑 등 장갑을 만들고 포장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 직원이 78명인 이 공장에는 장애인 직원이 29명에 이른다. 언뜻 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하는 일도 차이가 없었다.
지체장애인 박오수(33·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장애인복지재단 소개로 이 공장에서 근무한 지 6년째"라면서 "일은 고되지만 떳떳한 직장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목화표장갑은 10년 전 성주 월항농공단지 내 1천300여 평에 공장을 지어 입주하면서 장애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백규현(60) 대표도 초등학교 때 다쳐 왼쪽 팔목을 펴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공장에 기숙사를 마련하는 등 장애인의 자립과 복지증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면서 수시로 장애인단체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백 대표는 "생산성은 비장애인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잘 교육시키면 충분히 고급인력이 될 수 있다."면서 "함께 도우면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갑 외길 30년
백 대표는 지난 1976년 대구에서 가내공업 형태로 장갑제조업을 시작, 올해로 30년째 장갑 외길을 걷고 있는 기업인이다.
목화표장갑은 최근 기능성 장갑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정전기를 방지하는 동사장갑, 먼지가 발생되지 않는 폴리우레탄코팅장갑, 부상을 방지하는 다이니마장갑, 기름에 강한 NBR장갑, 소방용 케블라장갑, 은을 첨가한 미용용 은사장갑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품목으로 확대하고 있다.
백 대표는 "값싼 중국산 장갑에 밀려 지역 장갑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기능성 장갑 뿐만 아니라 스포츠·등산용 장갑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화표장갑은 경북도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실라리안' 참여업체이고 대형소매점과 조달청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올해 매출은 7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경북장갑조합 이사장도 맡고 있는 백 대표는 "현재는 대부분 지체장애인들을 고용했지만 앞으로 신체장애인 20여 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장 설비를 고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