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하는 독자라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라.
가로 60cm, 세로 30cm의 하얀색 보드(텍스)가 붙어 있다면 그것은 대개 석면이 5% 이상 함유된 천장재다. 칸막이가 있는 깔끔한 사무실이라고 안심해선 안된다. 그 칸막이 속에도 석면이 8% 이상 들어있을 수 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가루나 먼지를 마시면 긴 잠복기를 거쳐 죽음에 이르게 한다.
지금 일본은 '석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 대기업이 석면 제품을 생산하는 한 공장의 반경 1km 내에서 3년간 50가구가 '중피종'으로 사망했다고 밝혔기 때문. 일본 환경성은 앞으로 40년 간 10만 명이 석면으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 '조용한 암살자'라고 불리는 석면 공포에 너무 무감각하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올초 전국 대도시 연면적 2천 평 이상의 건축물을 조사한 결과 그중 절반 이상이 석면 천장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는 대상 건물 9개중 8개나 될 정도로 많았다.
재개발·재건축 철거현장 인근 주민·학생들은 석면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분진에 노출돼 있지만 그 위험성을 제대로 모른다. 석면 관련 법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3년 전부터 석면을 제거할 때는 허가를 받아라고 했지만 철거업자들은 '걸리면 벌금이나 내겠다'며 외면한다.
최근 대구를 찾은 석면문제연구소 관계자가 불법 철거현장을 노동청에 신고하자 재개발·재건축현장 5곳의 철거공사가 모두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철거현장은 대부분 고발 대상이라는 얘기다.
'한국도 앞으로 10년 후에 수백, 수천 명이 석면 오염으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는 석면문제연구소 박영식 소장의 섬뜩한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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